[리뷰] ‘조성진 갈라콘서트’ 박수소리와 감동은 멈추지 않았다

2016-02-0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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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지난 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에서 연주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크레디아 제공]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정말 감동적이고 쇼팽 콩쿠르 1위다운 환상적인 연주였습니다. 해외 공연 영상을 미리 봤지만 실제로 보는 것과 확실히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박수소리가 끊어지지 않았다. 조성진의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은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섰고, 조성진을 향해 뜨거운 환호와 카메라 플래시를 쏟아냈다. 조성진이 무대를 떠나고 난 뒤에도 박수소리와 감동은 한동안 공연장을 떠나지 못했다.

지난 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가 열렸다. 공연은 콩쿠르 우승자 조성진을 비롯해 6명의 입상자와 야체크 카스프치크가 지휘하는 바르샤바 필하모닉의 무대로 꾸며졌다.

당초 오후 8시 공연만 예정됐던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는 세 달 전 티켓 오픈 50분 만에 매진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후 오후 2시 공연이 추가 배정됐지만, 이마저도 35분 만에 전석 매진돼 유례없는 클래식 열풍을 일으켰다.

이날 행사에선 조성진의 무대에 앞서 또 다른 입상자인 드미트리 시쉬킨(6위)와 토니 양(5위), 에릭 루(4위), 케이트 리우(3위), 샤를 리샤르 아믈랭(2위)의 공연이 펼쳐졌다. 드미트리 시쉬킨은 큰 걸음걸이만큼 시원한 연주를, 토니 양은 앳된 외모만큼이나 아기자기한 연주를 선보였다.

에릭 루 역시 절절한 감정 표현으로 관객의 감성을 촉촉하게 적셨고, 이날 유일한 여성 피아니스트였던 케이트 리우는 격정적인 연주로 무대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쇼팽 콩쿠르 2위를 차지했던 샤를 리샤르 아믈랭은 차분하면서도 품격 있는 무대로 본인의 저력을 과시했다.

이들의 무대가 끝난 후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고, 이내 검은 생머리를 찰랑거리며 만21세의 어린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등장했다. 관객의 대다수를 차지한 여성들이 연신 함성 소리를 냈고, 조성진은 이에 화답하듯 환한 미소로 관객의 마음을 녹였다.

조성진이 자리에 앉자 곧바로 공연장은 침묵에 휩싸였다. 들리는 것이라고는 주변 관객의 숨소리 뿐 관객의 눈과 귀는 조성진의 손끝과 피아노를 향해 있었다.

조성진은 녹턴 Op.48-1으로 연주를 시작했다. 조성진의 유려한 손길에서 흘러나온 녹턴 Op.48-1은 비장미와 엄숙함을 전했다. 장중함과 우울함이 교차하는 첫 부분은 자연스러움 속에서 관객의 귓가를 맴돌았고, 화려한 옥타브로 관객의 마음을 매료시켰다.

이어진 환상곡 Op.49는 평온과 격정을 넘나들며 관객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다. 장송 행진곡 풍으로 시작된 서두는 격정적인 제시부로 이어졌으며, 격렬한 화음 연타에 이은 발전부는 렌토의 코랄로 마무리됐다.

조성진은 마지막 곡인 폴로네이즈 Op.53 ‘영웅’을 통해 절절함과 애절함을 함께 선사했다. 연주 서두에서 짧지만 강렬한 느낌을 준 후 말미에 사색적이면서도 달콤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조성진은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은 듯한 모습이었지만, 지친 기색 없이 공연을 마무리했다.

조성진의 공연은 한마디로 ‘차원이 다른’ 무대였다. 악기는 피아노 한 대였지만 오케스트라와 같은 풍성함을 더했고,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침착성과 일관성을 유지했다. 그가 꿈꾸는 ‘훌륭한 피아니스트’의 모습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세계 클래식계의 시선이 그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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