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4·13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 위원장에 4선의 이한구 의원의 추대가 유력한 것으로 1일 전해졌다. 이 의원은 현역 의원 가운데 가장 먼저 자신의 지역구(대구 수성갑) 불출마를 선언한 인물이다.
친박(친박근혜)계의 요구로 이 의원이 공천 심사를 좌지우지 하게 될 경우, 친박계에 유리한 공천이 이뤄질 지 주목된다. 반면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이날 TK(대구·경북) 중진 의원 중 처음으로 예비후보로 등록, ‘진박(眞朴·진짜 친박근혜)계’ 대항마를 자처하고 나서 향후 경선 결과가 주목된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의 공관위원장 추대 여부에 대해 "그렇게들 생각해달라"고 답했다.
다만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공관위원장과 위원을) 일괄적으로 다 정해야 한다"면서 "오늘 안 되면 내일 할 것"이라며 추가 조율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는 지도부 내 다수파인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진작부터 이 의원의 공관위원장 추대를 요구해왔지만, 김무성 대표가 공관위원 선임의 '전권'을 달라는 조건을 내걸면서 제동이 걸린 데 따른 것이다.
당내에서는 공관위원장이 친박계의 요구대로 이 의원으로 내정됐다면, 공관위원 인선에는 김 대표의 요구가 많이 반영된 절충안이 마련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 의원은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되는 4선 중진 의원으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지낸 경제 정책통으로 ‘창조 경제’ 추진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선생님’으로 불리운다.
이 의원의 공관위원장 선임으로 친박계가 공천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게 된다. 이를 의식한듯 김 대표가 공관 위원 선임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어 친박계를 견제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원조 친박'으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이른바 ‘자기 정치’ 비난의 화살을 맞았던 유승민 의원은 1일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 4·13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 선거운동을 본격화 했다.
17대 부터 내리 이 지역구에서 3선을 차지한 유 의원의 예비후보 등록은 대구 지역 중진 가운데 첫 번째로, 이례적인 행보다. 그만큼 유 의원이 ‘진박’을 앞세운 친박계의 물갈이론에 정면 도전장을 낸 것으로 해석된다.
유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예비후보 선거포스터와 함께 올린 글에서 "방금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면서 "다른 예비후보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열심히 뛰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친위대를 자처하는 이른바 '진박계'를 의식한 듯 "앞만 보고 뛰겠다. 결과는 대구 시민, 동구 주민들이 결정해 줄 것"이라며 "거리에서, 시장에서 주민들의 손을 잡으면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의 무거움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구에 소복히 내린 눈 풍경 사진과 함께 "대구는 눈이 귀한 곳인데, 그저께 눈이 왔다"면서 "봄이 곧 올 것"이라며 희망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3선의 유 의원의 예비후보 등록은 인지도가 높은 중진 현역 의원의 경우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현역 의원들은 원외 인사들과 달리 굳이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아도 지역행사에 참석해 연설하는 등 자신의 활동을 알릴 수 있어, 과거 선거 때는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고 활동하다가 공천이 확정된 뒤 후보로 등록하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앞서 대구 지역에 이른바 '진박'에 의한 현역 물갈이 소문이 퍼지면서 대구의 초선 의원들은 이미 전원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미 예비후보 등록한 의원은 비박(비박근혜)계 권은희(북갑) 김상훈(서구) 김희국(중남구) 홍지만(달서갑) 의원과 친박계로 분류된 류성걸(동구갑) 윤재옥(달서을) 의원 등이다.
비박계 이종진(달성) 의원도 일찌감치 예비후보로 등록하며 완주 의지를 드러냈지만, '진박'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고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진박계에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현재까지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은 대구 현역 의원은 3선인 주호영(수성을)· 서상기(북구을) 의원과 재선인 조원진(달서병) 의원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