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중국 위안화를 놓고 미국 헤지펀드와 중국 정부 사이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헤지펀드들이 중국 위안화 하락에 대거 베팅하면서 위안화 환율 하락에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투자의 85% 위안화 하락에 배팅…최대 40% 하락까지 내다봐
일부 대형 헤지펀드들이 위안화 약세에 대한 베팅을 늘리면서 월가와 중국 정부 사이에 환율 전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WSJ은 이날 전했다.
미국의 헤지펀드인 헤이먼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최근 위안화와 홍콩 달러 등 아시아 통화 약세 베팅에 집중하기 위해 주식, 원자재, 채권에 대한 투자 대부분을 청산했다. 헤이먼 포트폴리오의 85% 가량이 현재 앞으로 3년간 위안화와 홍콩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수익을 내는 거래에 투자되었다. 헤이먼의 아시아 통화 약세 베팅은 미국 주택시장 약세 베팅 이후 최대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아니라 억만장자 트레이더인 스탠리 드러켄밀러와 헤지펀드 매니저 데이비드 테퍼를 비롯해 데이비드 아인혼의 그린캐피털 등 상당수의 헤지펀드들이 투자 포지션을 위안화 약세 쪽으로 설정해두었다고 WSJ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헤이먼 캐피탈은 지난해 중국의 은행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위안화 하락 전망에 투자비중을 높였다고 WSJ은 전했다. 중국 시중은행에서 만기 미상환 대출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으며, 그렇게 될 경우 인민은행은 은행의 자본증강을 위해 수조 달러에 달하는 위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월가 대형은행 구제를 위해 미국 중앙은행이 돈을 풀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인 것과 마찬가지로 위안화도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계산이다.
중국 위안화 하락에 대한 시장의 베팅은 8월에 중국 정부가 갑작스러운 위안화 절하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이러한 움직임은 시장으로 하여금, 중국 정부가 환율 조정을 통한 수출 개선에 나서겠다는 신호로 읽혔기 때문이다.
◆ 중국 당국 "헤지펀드 손실 볼 것"…환율 아닌 재정정책 통한 경기부양 나설 듯
이같은 헤지펀드들의 움직임에 중국 당국은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조지소로스가 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을 언급하며 아시아 통화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고 밝히자 중국 정부는 자국 언론을 총동원해 소로스 등 헤지펀드 세력을 비난하고 나섰다.
중국 국영언론인 신화통신은 투기꾼들은 위안화 약세에 베팅하다 대규모 손실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국제 투기자본이 의도적으로 공황을 조장해 차익을 챙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콩 동방일보는 최근 이같은 양상이 1998년 홍콩정부와 소로스 자본 간의 전쟁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홍콩 달러 대량 매도로 가치급락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홍콩 금융당국의 시장개입으로 헤지펀드는 큰 소실을 입고 물어났으나, 자금조달 비용의 상승으로 주식시장의 폭락이 이어지는 등 홍콩 금융이 입은 타격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 8월 이후 중국 정부는 환율안정을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수출확대를 위한 환율 개입은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중국이 환율 정책이 아닌 재정 정책을 통한 경기부양 여력이 아직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