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6시 30분 집을 나섰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길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곤 대부분 교회에서 새벽 기도를 마치고 오는 사람들이지만 열심히 명함을 건넨다. 손은 어느새 얼어붙었다. 동이 트기 시작한 지하철 역 입구에서 출근길에 바쁜 사람들에게 또 명함을 건넨다. “난 벌써 9번째 받아요”라는 답변이 되돌아온다. 간단히 아침식사와 회의를 마친 후 길 가에 빼곡한 상가를 일일이 방문한다. 전통시장도 빼놓을 수 없다. 건물 2층 이상에 있는 상가도 일일이 계단을 이용해 찾는다. 점심 시간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식당을 일부러 찾는다. 점심을 먹은 후에도 상가를 돌다 퇴근길에는 다시 지하철 역 입구와 버스정류장을 지킨다. 저녁에는 크고 작은 행사장을 찾지만 인사말은커녕 소개도 해주지 않는다. 저녁시간에는 술집을 찾아 일일이 얼굴을 알린다. 집을 나선 지 17시간 만인 자정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에 평균 1000장의 명함을 돌린다. 그렇게 해서 선거일까지 명함을 건넬 수 있는 것은 전체 유권자 16만 명의 10% 남짓에 불과하다.
서울 마포을 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이채관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당원 명부라도 열람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후보를 통해 들여다 본 예비후보의 24시간은 다른 지역의 정치신인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 후보는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선거운동 방법은 사람들을 만나 명함을 건네는 일이다”고 했다. 이 후보는 “19대 국회는 국민들로부터 일을 하지 않는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고 있는데 반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것은 최대라는 비난을 받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20대 총선이 불과 두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일 현재까지 여야 정치권은 선거구를 획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여야는 공천을 위한 기준조차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그로 인해 이번 총선에 출마하려는 정치신인, 즉 예비후보들이 입는 피해는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들은 의정보고회 등을 통해 쉽게 당원과 국민들을 접촉할 수 있는 데 반해 예비후보들은 당원 명부조차 열람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러 본선은 고사하고 당내 경선을 어떻게 치를 지에 대한 걱정이 태산이다.
이 후보는 “이번 총선에 나서려는 예비후보들은 공천 룰을 정해주지 않는 당 지도부와의 갈등을 시작으로 예비후보 간 치열한 경쟁, 본선 경쟁 등의 삼중고를 다 같이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회창 키즈’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후보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비서실장을 오래 하면서 정치를 배웠다. 그는 “정치가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이회창 총재의 대쪽정치가 꼭 필요한 시기다. 우리 정치권도 정치전문가들이 필요하다”며 이번 총선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