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코리아]박명성 뮤지컬협회 이사장 "“문화의 미래 먹거리는 융복합에 달렸다”

2016-02-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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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서를 담은 다양한 장르의 국가브랜드화가 시급”


 

[박명성 이사장은 "문화의 미래 먹거리는 융복합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남궁진웅 기자]]

전라남도 해남 출신의 시골 소년은 광주의 한 공연장에서 차범석 작가의 연극 <산불>을 보게 된다. 그 한 편의 연극이 이 소년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이 소년은 배우를 꿈꾸며 서울로 올라왔지만 배우의 길 대신 연출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프로듀서로 성장했다. ‘맘마미아’ ‘시카고’ ‘아이다’ 등 지금도 관객들이 몰리는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은 소년이었던 박명성의 손에서 비롯됐다.

‘국가대표 급 뮤지컬 프로듀서’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은 박명성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을 지난달 28일 신시뮤지컬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났다.
어떻게 대한민국의 공연계를 대표하는 프로듀서가 됐나?

"1982년 극단 동인극장에 입문하면서 공연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처음에는 배우가 꿈이었다. 그런데 내가 배우를 꿈꾸게 된 것은 고등학교 시절, 광주에서 본 연극 <산불>을 보고 난 뒤였다. 내가 지은 책 <뮤지컬 드림>에서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이 한 편의 연극이 내 인생을 바꿨다. 진부한 말이지만 이 한 편의 연극관람은 내게는 혁명에 버금가는 일대사건이었다’고. 그런데 정작 배우로서는 6편의 연극에 잠시 얼굴을 내비쳤을 뿐이다. 내가 가진 사투리 억양이 걸림돌이었다. 그래서 다른 길로 들어섰다. 연출부로 들어가 12년 동안 조연출을 하게 됐다. 그런 과정을 거쳐 지금의 프로듀서에 이르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연 문화를 평가한다면?

"연극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연극은 어느 나라에서든지 어렵지만, 유독 우리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하다. 이제는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도 좋겠는데(한숨). 뮤지컬 시장의 경우는 최근 10년 동안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획기적인 성장을 이뤘다.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엄청난 팽창 시기를 거쳤다. 비록 지난 2년 동안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로 인해 성장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점차 다시 이전의 상태를 찾아서 다행이다."

우리의 공연 문화가 급성장하게 된 배경은?

"공연계가 급성장하게 된 배경은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이 놀이를 좋아하는 데서 그 배경을 찾을 수 있다. 놀이를 문화로 승화시키는 재주가 뛰어난 것도 주요한 요소가 될 것 같다. 우리 민족의 DNA 속에 녹아 있는 놀이와 뛰어난 재주가 오늘의 공연 시장을 만든 것이라고 생각된다."

향후 공연 시장을 전망한다면?

"사실 미래가 걱정된다. 계속해서 공연시장이 이처럼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국내 뮤지컬 시장을 선도한 것은 외국의 유명 뮤지컬을 들여온 ‘라이선스 뮤지컬’들이다. 이들 유명 뮤지컬은 20-30대 젊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끌었다. 그런데 그동안 젊은 세대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겼던 공연장에 중장년층도 찾기 시작한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맘마미아’ ‘시카고’ ‘오페라의 유령’ 등에는 중장년층도 꾸준히 몰렸다. 따라서 이들을 계속해서 공연장으로 오게 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중요하다. 저는 그 가능성을 우리의 정서가 묻어나는 콘텐츠 개발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의 경우 뮤지컬 ‘아리랑’이라는 대형 창작 뮤지컬을 제작했는데?

"사실상 국내 공연계에서는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대형 창작 뮤지컬을 제작할 수 있는 컴퍼니가 많지 않다. 앞서 미래의 공연 시장은 우리의 콘텐츠를 담은 대형 창작 뮤지컬의 제작에 달렸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쉽지 않다. 다행히 지난해의 경우 ‘아리랑’이 성공을 거둔 것이 어쩌면 신기한 현상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공연계 선배들이 제가 무슨 일을 추진하면 ‘박명성이 또 사고를 치는 모양이다’라고 할 정도이니."

우리 문화가 점차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지만 아직 한계가 있다. 세계 시장 진출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우리의 정서를 담은 콘텐츠를 다양한 장르에서 국가브랜드로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공연 문화가 한류 등을 업고 다양하게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우리의 고유한 전통을 재해석해 현대화시킨 장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 환호를 받고 있는 K -POP에 국한되지 않고 더 다양한 장르의 공연문화가 세계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상급 킬러콘텐츠가 필수적이다. 정부가 나서 다양한 장르에 걸쳐 우리 정서를 담은 콘텐츠에 대한 국가브랜드를 공모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각 장르별로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각 장르별 국가브랜드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것 중 하나가 정보통신기술(ICT)이다. 이것을 우리 공연시장에 접목시키는 융·복합이 필요하다. 세계 콘텐츠 시장의 미래는 융·복합에 달렸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있는 유휴지를 활용해 그 공간에 ICT를 접합시킨 융·복합 무대공간을 만든다면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것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을 것이다. 우리의 무대 기술은 영국의 웨스트앤드나 미국의 브로드웨이에 비교해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 같은 세계적인 무대 기술에 ICT를 접목시키면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유커 등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이제는 품격이 높은 공연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쇼핑관광에 머물러서는 해외 관광객 유치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공연관광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길이 융·복합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연관광 활성화라는 말에 관심이 간다

"그동안 많은 관광객들이 우리의 공연 문화에도 관심을 가졌지만, 앞으로는 이들에게 상설공연장을 활용해 좀 더 격이 높은 브랜드화 된 공연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처음으로 말하는 것인데 ‘뮤지컬 컨버전스 쇼’를 준비중이다. 앞서 강조했던 융·복합의 실천으로 보면 되겠다. 무대기술과 ICT의 접합, 즉 융복합을 통해 야외와 실내를 구분하지 않는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는 영상과 뮤지컬 요소, 플라잉 등 그동안 분리됐던 장르가 모두 녹여진다. 무대에서의 융·복합을 통한 새로운 장르를 선보일 예정이다."

융복합 공연이 크게 기대된다. 지난해 성공적이었던 뮤지컬 ‘아리랑’의 재공연은?

"제 스스로 ‘아리랑’에 미쳤다고 생각이 들 정도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정서가 녹아있는 대표적인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공연했던 뮤지컬은 조정래 선생의 소설 ‘태백산맥’을 원작으로 한 것이지만, 그 속에 아리랑이 갖고 있는 힘이 담겨져 있다고 생각된다. 내년에 다시 공연을 올리기 위해 지금 준비 중이다. 기존의 공연 외에도 같은 스토리를 가지고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현대적인 해석을 가한 새로운 작품도 준비 중이다. 아리랑이야말로 연극, 영화, 뮤지컬, 무용,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변주를 통해 국가브랜드로 만들 필요가 있다."

그동안 보여 왔던 무모함이 이번에도 다시 시작되는 것 같다

"무모하지만 누군가 시도해야 하는 일을 했을 뿐이다. 뮤지컬을 통해 얻은 수익을 연극 제작에 쏟아부었다. 연극은 모든 공연의 기초다. 기초를 탄탄히 하는데 소홀하지 않았다. 기초적인 순수예술이 뒷받침되어야만 모든 콘텐츠의 경쟁력이 살아난다고 본다. 연극 <산불>을 뮤지컬로 만든 ‘댄싱 쉐도우’로 인해 큰 손실을 입었다. 주변에서 다들 걱정을 했다. 그래도 망해도 망해볼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무엇이 오늘의 자리를 있게 한 것인지 궁금하다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열정 뿐이다. 연극과 뮤지컬 등 공연에 대한 열정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 같다. 내가 만든 공연을 보고 극장을 문을 나설 때 관객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면 내가 더 행복해진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존재하는 이유다. 대형 창작뮤지컬 한 편을 만들면 10년이 늙는다고 한다. 그만큼 아직은 우리 공연 시장에서 대형 창작뮤지컬 제작 자체가 무모하다고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차례에 걸쳐 실패도 경험했다. 그래도 실패해도 될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다시 도전할 것이다. 지금 공연 중인 연극 ‘렛미인’은 국내에서는 드물게 ‘레플리카’방식으로 제작한다. 무대에 큰 돈이 들어갔다. 그래도 관객들이 호응을 해줘서 좋긴 하다. 다음 작품으로 ‘이중섭’을 준비 중이다. 한 예술가를 삶을 조명하면서 결국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것이다. 또 공연계에서는 일을 저지른다고 할 것이다. 그러면 난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연극쟁이’의 일은 제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대꾸할 것이다."

[대담 및 정리=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박명성 이사장은
◇ 1963년 전남 해남 ◇ 서울예술대학, 단국대 ◇ 극단 신시 창립단원 ◇ 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이사 ◇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장 ◇ 서울연극협회장 ◇ 한일 연극교류협회장 ◇ 명지대 부교수 ◇ 신시컴퍼니 예술감독 ◇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개회식 및 폐회식 총감독 ◇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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