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지난 2013년 라이베리아 국적의 선주로부터 864억원에 수주한 컨테이너선 1척의 계약을 연장했다. 기간은 2015년 12월 31일에서 3개월여 지연된 올 3월 31일이다. 이는 라이베리아 선주측의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대금지불을 늦췄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12월 18일 한진중공업은 2014년 라이베리아 선주와 맺은 약 604억원 규모의 벌크선 수주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2013년 매출액 대비 2.4%에 해당한다. 회사는 “선주 측이 선박금융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계약이 취소됐다”고 말했다.
발주처측의 선박 인도 지연은 현금유입이 늦어져 한진중공업과 같은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겐 부담을 더욱 가중시킨다. 이는 선박의 건조대금 중 60% 이상을 인도시 지급받은 헤비테일(Heavy-tail)계약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계약파기 등 악재로 그간 한진중공업은 꾸준한 일감 확보에도 자금난에 빠진 상태다. 약 1300억원의 자금을 우선 수혈받는 조건으로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간 상태다. 채권단은 이르면 이번주 중 한진중공업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오는 4월 말 경영정상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채권단은 한진중공업에 영도조선소 매각을 골자로 하는 자구안을 요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도조선소의 규모가 협소한데다 시설이 낙후돼 있어 경쟁력이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측은 유동성 부족은 자산 유동화 지연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뿐 약 5000억원대로 추정되는 동서울터미널 매각만으로도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즉 한진중공업은 영도조선소의 매각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 풀이가 가능하다. 한진중공업은 고부가가치 선박은 영도조선소에서, 초대형 선박은 필리핀 수빅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투트렉 전략을 시행해 오고 있다. 만일 영도조선소를 매각하거나 생산규모를 크게 줄일 경우 한진중공업의 조선사업부는 한국이 중심이 아니라 필리핀이 된다. 이는 곧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경쟁력 상실과 직결된다.
현재 조선업계에서는 채권단측이 한진중공업에 영도조선소 부지 매각을 종용중인 것으로 소문이 퍼진 상태다. 영도조선소는 부산의 중심에 위치한데다 해풍이나 파도의 영향이 크지 않아 고층아파트가 지어질 경우 제2의 해운대 효과가 기대되는 곳으로 꼽는다. 즉 아파트 장사가 더 남는다는 소리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이를 단순한 자본논리로 봐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글로벌 조선업계 1위를 호령하고 있는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태동인 조선중공업의 시작점이라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의 경우 조선업계가 최악의 상황에 치달았을 때 수주를 전면 금지하는 등 뼈를 깎는 노력을 해왔고, 이로 인해 희망버스 사태 등을 겪기도 했다”면서 “최근 부족한 유동성 규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구조조정의 칼날이 겨눠진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