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은 객관적인 소득증빙을 통해 상환능력을 꼼꼼히 확인하고 주택구입자금 등 소득대비 큰 금액의 대출은 처음부터 분할상환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변동금리 대출은 미래 금리인상 가능성을 고려해 대출금액을 산정하도록 하고, 총체적인 상환부담 평가를 활용한 사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금융시스템 유지를 위해 깐깐한 대출 심사는 필수적이다. 과거 미국의 금융위기를 되돌아보면 대출 심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비우량담보대출인 서브프라임론의 경우 소득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무분별하게 대출이 이뤄지다 보니 쉽게 상환불능에 빠져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것처럼 말이다.
이번 주택담보대출 심사 가이드라인을 보면 객관적인 소득증빙을 통해 상환능력을 꼼꼼히 확인한다고 하는데 지금까지는 상환능력에 대한 심사가 상당히 느슨했었던 것 같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소득심사를 꼼꼼하게 한다니 다행이다.
반면 소득대비 큰 금액의 대출은 처음부터 분할상환하도록 하고 변동금리 대출은 미래 금리인상 가능성을 고려해 대출금액을 산정하도록 한 부분이 과연 '선진화'된 심사 방법인지 의문이다.
시장이 좋지 않을 때 부동산을 저가 매수해서 정상적인 가격에 도달할 때 매도를 계획하는 투자자라면 투자 기간 동안 이자만 부담하기를 원한다. 임대 목적으로 대출을 활용해 부동산을 구입하려는 경우에도 처음부터 원금상환을 시작하면 매월 현금흐름이 줄어 임대 소득으로 생활하기가 힘들어진다. 또 부동산 시장은 부동산과 재테크 궁합이 잘 맞는 사람들의 저가 매수가 있기에 가격이 하방을 다질 수 있고 손바뀜도 일어나게 된다.
향후 금리가 오른다는 전제 하에 고정금리 대출을 유도하는 것 또한 문제가 있다. 3% 성장도 힘든 한국이 향후 금리가 오른다고 과연 장담할 수 있을까. 어쩌면 금리를 더욱 내려야 할 사건이 발생할 지도 모르는 현재 시점에서 한쪽 방향만 강요하는 것은 시장 경제 체제에도 맞지 않는 정책이다.
앞으로 소비자는 대출상품을 선택할 때 훨씬 수월할 지도 모르겠다. 선택할 것이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