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불 꺼진 생명의 다리, 개운치 않은 뒷맛

2016-01-2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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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

아주경제 송종호 기자 = 지난해 연말 '생명의 다리' 마포대교의 불이 꺼졌다. 생명의 다리는 지난 2012년 첫 선을 보인 이후 자동감지센서를 장착해 사람이 다가오면 “많이 힘들었구나” 등의 문구에 불이 들어오게 해 운영 중이었다.

그런데 서울시가 연간 1억5000만원이 투입되는 유지비 부담을 이유로 자동감지센서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서울시와 협력 사업으로 함께 해오던 삼성생명이 손을 떼면서 1억5000여만원의 지원도 끊겼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이 경비 절감을 위해 생명의 다리를 포기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최근 보험업계는 재무 건전성 규제 강화로 대비할 자본 규모도 더욱 늘어났다. 최근 태평로 사옥을 부영그룹에 매각 하는 등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삼성생명이 생명의 다리에 들어가는 비용마저 줄였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언론을 통해 “비용뿐 아니라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중단 이유로 꼽히는 것은 오히려 유명세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생명의 다리는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칸 국제광고제 등 세계 광고제에서 39개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지만 자살시도자가 2011년 대비 2014년 184명으로 16배가 급증하며 자살명소라는 오명을 얻은 것이다. 

이 같은 여론에 부담을 느껴 삼성생명이 생명의 다리 운영 중단을 점진적으로 준비해 왔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지난 12월 10일 만료된 생명의 다리 온라인 홈페이지 웹접근성 인증을 갱신하지 않았다. 현재 홈페이지는 삭제됐다. 또한 생명의 다리에서 자사 흔적 지우기도 모두 용인한 상태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생명의 다리에서 삼성생명 등의 로고를 모두 제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이 비용 또는 대내외적 이미지를 이유로 어떤 캠페인을 중단한 것을 비난만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 사랑’을 내세워 온·온프라인에서 생명의 다리와 회사를 홍보해오던 삼성생명의 조용한 철수에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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