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SBS 화면 캡처]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부천 초등생 시신' 사건이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경찰이 아버지 B(34)씨를 상대로 지난 16일 범죄심리분석(프로파일링) 조사를 실시해 본 결과 별다른 사이코패스 성향이 나타나지 않은데다가 아들 A군의 사인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겉으로만 보면 그는 일반인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하지만 B씨는 2012년 11월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을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냉동실에 3년 넘게 보관했다.
B씨는 아들의 사망 후 상습폭행 혐의가 드러날까봐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시신 훼손 이유에 관해서는 "아들이 갑자기 죽어 병원에 데려가기 애매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범죄의 원인으로 폭력적 게임 중독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B씨가 게임중독자로 보일만큼의 근거는 없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그간 B씨의 배경과 진술을 종합해 그가 사이코패스는 아니지만 반사회적 성향이 강하고 평소 아들에 대한 체벌 수위가 높은 등 은둔형 외톨이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전문가들은 불완전한 고용, 장기간 고립된 삶의 형태, 불완전한 동거 등 '은둔형 외톨이'의 특성을 지닌 B씨가 충동조절이나 분노조절 능력을 서서히 잃어 아들의 시신을 훼손하는 극단적인 지경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한편 A군의 사인을 조사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시신의 남은 부분이 너무 적어 정확한 사인 추정이 어렵다고 20일 밝혔다.
국과수는 앞서 경찰에 구두소견을 통해 "A군의 머리와 얼굴 등에는 멍이나 상처로 인한 변색 현상이 관찰되며, 이는 A군에게 외력이 가해져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누군가의 구타나 사고에 의해 발생했을 이 같은 변색 현상이 A군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또 국과수 관계자는 "A군의 머리와 얼굴 등에서 외력이 가해진 흔적은 있지만 뇌내 출형이나 골절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B씨가 경찰조사에서 아들의 사인으로 진술한 뇌진탕과는 배치되는 결과다.
A군은 머리 부위를 제외한 살과 장기가 모두 훼손돼 남아 있지 않은 상태로 전해졌다. A군 아버지는 경찰에서 아들의 시신을 훼손한 뒤 일부는 쓰레기봉투에 담아, 일부는 변기에 넣어 버렸다고 진술했으며, 나머지는 집 냉장고의 냉동실에 3년 넘게 보관해왔다.
경찰은 이 같은 부검 결과에도 A군의 정확한 사망 원인과 시기를 밝히기 위해 강도 높은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경찰은 19일 오후 A군 부모에 대해 각각 2차 프로파일링(범죄심리분석)을 진행했다.
21일에는 A군이 숨지고 시신이 훼손된 부천 집에 대한 현장검증을 벌이고 22일 A군 부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A군 아버지와 어머니 대해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구호조처 등을 하지 않음)에 의한 살인'을 포함해 어떤 죄목을 적용할지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