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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트클릭아트 제공 ]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긴 불황에 신용등급을 강등당한 기업 수가 1년 만에 20%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가 실적·재무 악화와 신용도 하락, 자금 경색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가속하고 있는 것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가 2015년 신용등급을 낮춘 기업 수는 총 168곳(중복 포함)으로 전년 대비 19.15%(27곳) 증가했다. 이에 비해 신용등급이 오른 회사 수는 31곳으로 하향 조정 업체에 비해 5분의 1도 안 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15년 61개사 신용등급을 강등했고, 10개사를 올렸다. 이 신평사는 최근 5년 만에 가장 많은 기업 신용등급을 끌어내렸다. 신용등급을 떨어뜨린 기업 수는 2011년만 해도 15곳에 머물렀으나, 2012년 26곳, 2013년 41곳, 2014년 56곳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도 2015년 51개사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고, 8개사를 올렸다. 이에 비해 2014년에는 44곳이 내려가고, 13곳이 올랐다.
한국신용평가는 같은 기간 하향 조정 기업 수를 41곳에서 56곳으로 늘렸다. 반면 신용등급이 오른 기업 수는 15곳에서 9곳으로 줄었다.
업종별로 보면 조선·철강·건설에서 하향 조정이 두드러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15년 11월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신용등급을 각각 A+, A로 낮췄다. 대우조선해양도 정상화에 따른 부담 요인을 반영해 신용등급을 내렸다.
신용등급 강등 요인은 대개 수익성 또는 건전성 하락이다. 이뿐 아니라 모회사 위험도 하향 조정 사유가 될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2015년 상반기에만 포스코그룹 계열사 4곳(포스코아이씨티, 포스코피앤에스, 포스코건설, 포스코기술투자)에 대해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 당시 포스코그룹 지배회사인 포스코가 재무 지원을 중단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주요 신평사는 올해 역시 신용등급 강등 기업 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하면서 글로벌 경기 전망 역시 어두워졌다.
주요 신평사가 내놓은 신용등급 전망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2015년 한국기업평가 신용등급 전망을 보면 '부정적'이 24곳인 데 비해 '긍정적'은 12곳에 그쳤다.
자본시장연구원 태희 연구원은 "저성장 기조가 굳어져 신용등급 강등 증가세가 단기에 잡히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조달금리 상승, 중국 경기둔화 리스크 확대로 올해도 신용도 하향이 상승보다 우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2012년부터 하향 조정이 상향 조정보다 많은 '하향우위'로 돌아섰고, 계속 심화되고 있다"며 "중국 산업 성장으로 국내 기업과 경쟁이 심화됐고, 수급이 구조적으로 악화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