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은 11일 서울 여의도 노총회관에서 중앙집행위원회(중집)를 열고, '노사정 대타협' 파기 결정을 19일로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중집은 한노총 임원과 산별노조 위원장, 지역본부 의장 등이 모여 노총 내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다.
이날 열린 중집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2대 지침에 대한 정부와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한노총은 이를 철회하라고 주장했지만,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노총은 지난해 9.15 노사정 대타협 이후 118일만에 노사정 대타협 파기라는 초강수를 제시했다. 지난해 4월 노사정 대화 결렬이 선언됐던 때로 돌아간 셈이다.
당시 대화 결렬 선언을 주도했던 금속노련, 화학노련, 공공연맹 등 한노총 내 강경 산별노조들은 이번에도 노사정 대타협 파기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중도적인 입장이었던 금융노조마저 대타협 파기로 급선회함에 따라 한노총 내부적으로도 파기에 무게 중심이 기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높다.
노사정 대타협과의 파기가 선언되면서 노·정 갈등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노동계는 대규모 집회와 시위, 4·13 총선에서의 여당후보 낙선운동, 한노총과 민주노총의 연대투쟁 등을 활용하며 강경한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더는 노동계와의 협의를 기대하지 않고, 양대 지침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대지침은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행정지침으로, 정부가 마련해 지방 노동관서에 시달하면 바로 현장에 적용된다.
문제는 노·정 갈등이 격화될 경우 노동개혁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상실됨은 물론, 국회에 계류중인 5대 입법과 2대 지침 모두 무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전문가들 역시 노동개혁이 무산될 경우 고용절벽이 현실화되는 것은 물론, 노사갈등 확대에 따른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 민간 노동전문가는 "정부가 노동개혁을 강행하더라도 과거 대법원이 정부 지침을 뒤집었던 통상임금처럼 법적 분쟁이 폭증하는 등 노사 현장의 갈등만 심해질 것"이라면서 "정부와 노동계가 4월 총선 전까지 대화의 창구를 다시 마련해 난국을 타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