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기관유형별 성별 과학기술연구개발인력 고용형태 구조. [자료=미래부 제공]
# 임모(여) 씨는 2014년 을지대 보건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시절 연구하던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 하지만 박사 학위를 수료만 한 상태여서 학회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해외학회 비용을 지원받지 못했다. 임씨는 ‘WISET(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비정규직 학회·연수 지원사업’을 통해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열린 미국질량분석학회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외 유명 제약회사가 그의 연구에 큰 관심을 보였다. 임씨는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경찰대학 부설 치안정책연구소 정규직 연구원으로 임용됐다.
10일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기관 WISET에 따르면 비정규직 학회·연수 지원사업이 과학기술계에서 비정규직에 몰려있는 박사급 여성 과학자들의 연구 활동을 도와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정규직 연구원으로 취업하거나 대학 전임교수로 임용되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 같은 별도의 지원 제도가 필요할 만큼 비정규직 여성 과학자들의 교육 기회가 적고 국제협력 및 네트워크가 열악하다는 방증이다.
비정규직은 남성 연구원보다 여성 연구원에게 쏠려 있다. 미래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2013년도 여성과학기술인력 활용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국내 과학기술 분야 연구기관의 전체 여성 연구원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율은 각각 53.1%, 46.9%로 비슷하다. 반면 남성 연구원의 비정규직은 22.1%로 정규직 77.9%보다 월등히 적다. 여성 연구원보다 남성 연구원을 정규직으로 뽑는 경향이 크다는 얘기다. 특히 비정규직 여성 연구원 비율은 공공연구기관이 43.3%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도 비슷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9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가과학기술연구원 산하 25개 출연연 연구인력 중 비정규직 남성 연구원은 22.8%인데 반해 비정규직 여성 연구원은 그 두 배인 56.9%에 달했다.

2006~2013년 공공연구기관 직급별 정규직 과학기술연구개발인력 중 여성비율 추이 [자료=미래부 제공]
임 연구원은 “경력단절 여성과학기술인의 복귀 프로그램은 있지만 단절 자체를 막는 정책적 지지가 부족하다”며 “이공계는 다른 분야와 달리 잠시만 쉬어도 도태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학회·연수 지원사업’ 참여 후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국제학술지에 논문 3편을 싣고 강원대 건축공학과 전임교수로 임명된 최모 교수도 “비정규직 연구원은 연구역량이 우수하지만 제대로 지원받지 못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개인적인 차원에서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정부 출연연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는 한 여성 연구원은 “비정규직 연구원은 정규직과 달리 육아휴직 등 법으로 정해진 휴가도 눈치가 보여 다 못 쓴다”고 했다.
이상학 미래부 미래인재정책국장은 “비정규직 여성 연구원이 많다는 것은 정부도 인지하고 있는 문제”라며 “여성 연구원들이 꾸준히 연구활동을 펼쳐 고위직으로 성장하고 과학 선진국이 되는 데 일조하도록 정부 차원에서도 계속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