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순해진 늑대, 메르세데스-AMG C63

2016-01-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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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아주경제 임의택 기자 =차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에게 세단과 스포츠카는 언제나 선택의 고민을 안겨주는 대상이다. 세단은 너무 평범하고, 스포츠카를 고르자니 활용성이 떨어지는 게 문제다.

스포츠 세단은 이 둘의 장점을 적절히 타협한 차다. 이번에 시승한 메르세데스-AMG C63이 바로 이런 경우다. 외관은 C클래스 세단과 큰 차이가 없다. AMG 레터링이 들어간 라디에이터 그릴과 도드라진 프런트 에이프런, 스포츠 배기 시스템, 휠 등에서 차이를 보일 뿐이다. 더 많이 꾸밀 수 있겠지만 나머지는 튜너의 영역으로 남겨놓았다.
역시 가장 돋보이는 건 파워트레인이다. V8 4.0ℓ 트윈 터보 엔진이 뿜어내는 476마력의 최고출력은 전작인 C63 AMG의 457마력을 능가한다. 메르세데스-AMG GT의 M178 엔진을 바탕으로 제작된 M177 엔진은 구형 C63 AMG의 배기량을 2226㏄ 줄이면서도 최고출력은 오히려 19마력 높였다. ‘으르렁’대는 배기음은 AMG에 빠지게 되는 또 다른 매력. 자연흡기 방식인 구형과 달리 트윈 터보 특유의 중고음이 고막을 흥분시킨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정지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시간은 4.1초. C200의 7.3초에 비하면 완전히 다른 세계다. 배기량이 줄어든 만큼 복합연비는 6.5㎞/ℓ에서 8.6㎞/ℓ로 향상됐다. 시내 주행과 고속 테스트를 반복한 이번 시승에서는 7.1㎞/ℓ의 연비를 기록했다.

변속기는 7단 자동에서 7단 AMG 스피드 시프트 MCT(멀티 클러치 트랜스미션)로 바뀌면서 더 민첩하고 효율적으로 변신했다. 다소 아쉬운 점은 AMG 모델들의 변속기 방식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C63의 경우 C클래스 세단처럼 스티어링 칼럼에 변속기가 장착되지만, 다른 AMG 모델들의 경우 플로어 타입을 택한 경우가 많다. 성능을 발휘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AMG’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플로어 타입으로 통일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가변식 댐핑 시스템은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등 세 가지로 조절되는데, 승차감은 스포츠 세단치고 매우 안락하다. 가장 단단하게 세팅을 해도 구형 C63 AMG에 비해서 무른 편이다. 타이어가 35시리즈임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구형의 경우 마니아를 위한 차라는 색깔이 확실했던 반면, 이번 모델은 AMG 모델을 대중화하려는 벤츠의 의도가 엿보인다. 이보다 더 단단하고 강력한 파워는 튜너의 몫으로 남겨둔 셈이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제공]


메르세데스-AMG C63의 가격은 1억1600만원이고, 510마력으로 성능을 높인 C63 S는 1억2690만원이다. 똑같은 510마력 엔진을 얹은 메르세데스-AMG GT S 1-에디션이 2억1900만원임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착한’ 가격이다.

C클래스 세단은 2.0ℓ 가솔린 엔진과 두 종류의 2.2ℓ 디젤 엔진이 마련돼 있고, 이들 모델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구형 C클래스에 부여됐던 엔트리 세단의 임무를 CLA에 넘겨주고, 예전 E클래스만큼이나 넉넉한 공간에 뛰어난 연비까지 갖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초적인 매력과 뜨거운 감성을 소유한 AMG C63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C200과 C63의 간극을 메우는 C450도 곧 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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