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자원연 "음파 감지가 北 핵실험 증거"…핵실험 탐지 방법 살펴보니

북한 4차 핵실험 위치 [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북한에서 6일 오전 4.8 규모의 지진이 감지된 것과 관련 신진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장은 "음파 감지가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결정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신 본부장은 이날 본원에서 브리핑을 통해 "자연적 지진은 매우 깊은 곳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음파가 감지되지 않지만 인위적 폭발은 소리가 감지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 본부장은 4차 핵실험은 지난 2013년 2월에 한 3차 핵실험 장소보다 북쪽으로 1.2㎞가량 떨어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일원으로 추정했다. 이날 음파는 핵실험이 시작된 오전 10시 30분 1초에서 10여분이 지난 10시 47분 30초에 고성군 간성관측소에서 최초 관측됐다. 핵실험 추정 지점에서 307㎞ 떨어진 곳이다.

신 본부장은 "관측된 공중음파를 분석해보니 음원 신호가 발생한 최초 지점과 지진파가 시작된 곳이 일치했다"며 "지진 파형을 분석한 결과, 3차 실험 때인 4.9 규모보다 약간 작은 4.8 규모"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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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4차 핵실험 규모 [그래프=한국지질자원연구원]

북한의 2, 3차 핵실험 때도 강원도 간성 등에 있는 국내 공중음파(대기권을 따라 전파하는 20 Hz 이하의 저주파수 음파) 관측소에서 핵실험에 의한 공중음파 신호가 탐지됐다. 지하 수백 미터 깊이의 핵폭발로 발생한 강력한 충격파가 지표에 도달해 대기압을 변동시키고 이 압력변화가 대기를 따라 전파해 국내 관측소에 기록됐다.

지진파가 발생한 진앙지역(핵실험 장소)에서 공중음파가 함께 탐지됐다는 것은 지진파의 원인이 자연지진이 아닌 핵실험과 같은 인공지진임을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증거다. 지하 수 km이상 깊이에서 발생하는 중소규모의 자연지진은 지구내부로 지진파만을 발생시킬 뿐 대기 중으로 음파 에너지를 방출하기는 어렵다. 지표 근처의 대규모 광산발파나 핵실험의 경우 대기 중으로 압력변화 즉 음파 에너지를 방출해 먼 거리에서도 공중음파를 관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형 지진도 격렬한 지반운동을 일으켜 공중음파를 발생시킬 수 있다. 하지만 지진에 의한 공중음파 신호는 지속시간이 길고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핵실험에 의한 신호와는 구별된다.

핵실험은 지진파 변화로도 탐지할 수 있다. 지진파는 지각내의 순수한 응력구조변화에 기인한 자연지진뿐만 아니라 핵실험에 의해서도 발생된다. 핵실험의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핵폭발로 발생한 에너지의 극히 일부가(약 1% 이하) 탄성에너지로 변하여 지진파 형태로 빠르게 퍼져나간다.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한 여러 지진관측소는 지진파를 탐지해 도달시간 정보로부터 핵실험 발생위치를 역으로 계산한다. 정밀한 진앙위치 파악을 위해서 모든 지진자료에는 GPS를 이용한 정확한 시간정보가 포함됐다. 북한의 2차 핵실험 장소는 1차에 비해 서쪽 약 2 km 지점에 있고 3차 핵실험은 2차에 비해 남쪽 약 400m 지점에 위치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핵실험에 의한 지진파의 초동은 대부분 압축으로 나타나고 에너지 방출시간이 짧아 S파에 비해 P파가 우세하다. 반면 자연지진은 축적된 에너지가 단층운동으로 방출되기 때문에 큰 진폭의 S파가 관측된다. 이렇게 P파와 S파의 진폭을 비교하는 것은 자연지진과 핵폭발을 식별하는 데 사용되는 일반적인 기술이다.

그러나 작은 규모의 지진파는 자연지진과 인공지진의 구분이 쉽지 않다. 지진파가 가진 에너지는 복잡한 지구내부구조를 통과하는 동안 반사, 굴절, 산란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감쇠하기 때문이다. 지진학자들은 미세 지진파 식별을 위해 지진관측 장비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다양한 식별기술을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