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 회장 (사진 출처- 바이두)]
온갖 우여곡절 끝에 런정페이 회장은 마지막까지 견뎌내는 자가 진정한 승리자라는 것을 깨우치게 됐고 이러한 배경을 통해 화웨이 특유의 '늑대 문화'가 비집고 나오기 시작했다. 창립 후 10년간 화웨이에 성장은 거부할 수 없는 당연한 이치였다. 이에 화웨이는 늑대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디서건 이빨을 드러내곤 했다.
여기서 낭은 앞다리가 길고 뒷다리가 짧은 늑대(공격성)를, 패는 앞다리가 짧고 뒷다리가 긴 늑대(관리성)를 말한다. 두 짐승이 나란히 걷다 사이가 벌어지면 순간 균형을 잃고 넘어져 당황하게 되는 것을 가리켜 '낭패'라 하고, 기업 역시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그다음 해에 런정페이 회장은 '화웨이의 붉은 깃발은 언제까지 펄럭일 것인가?'라는 글에서 처음으로 '늑대 문화'를 주창했다. 특히나 기업이 발전하려면 낭과 패의 세 가지 특징인 민감한 후각, 불굴의 진취성, 팀플레이 정신 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5년에는 이보다 한결 진취적인 관점을 제시했다. 당시 런정페이 회장은 "7~8년간의 노력을 통해 많은 이가 화웨이를 알게 됐고, 우리를 친구로 여기기 시작했다.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되, 개발 비용을 절감하는 문제에 대해 서로 협력을 추구했다. 이러한 경영상의 변화는 화웨이의 발전 추세에 고스란히 반영돼 한층 역사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경쟁자와의 협력을 화웨이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게 주요 취지다. 경쟁자와 협력이 시작된 시기는 2003년 하반기부터였다. 화웨이는 지멘스, 노던텔레콤, 알카텔 등의 특허를 유상으로 공유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차례로 서명했고, 이는 화웨이가 해외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본 자격을 얻고 생존공간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2003년 전만 해도 유럽과 미국의 기업들은 화웨이가 경쟁입찰에 참가하기만 하면 서로 뭉쳐 기술 요건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화웨이를 경쟁입찰에서 내몰기도 했다. 하지만 화웨이가 기업 간 파트너십을 강화해 우호적인 관계가 된 후에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협력했고, 화웨이를 겨냥했던 '지뢰'들도 자연스레 없어졌다.
런정페이 회장은 직원들에게 특허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이와 함께 특허기술을 발명하면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특허에 개발자 이름을 올려주는 특전을 제시하며 연구활동을 독려했다.
그 결과 2000년에 국제특허를 단 한 건 신청하는 데 그쳤던 화웨이는 2006년 기준으로는 국제특허를 575개나 보유해 세계에서 특허가 13번째로 많은 기업이 됐다. 2007년에는 1365개로 세계 4위를 차지, 2008년에는 1737개로 필립스(1551개)와 파나소닉(1729개)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한 기업이 됐다. 이때까지 화웨이가 받은 국제특허는 총 3만6000여 개에 달했는데 이는 중국기업 전체 특허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렇다고 해서 협력이 곧 동맹, 결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칫하다가는 화웨이를 또 다른 형태의 폐쇄적 틀 안에 가둘 수도 있고 다른 동맹에 잡아먹힐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어서다.
이에 런정페이 회장은 "상대를 물리친 뒤 햇볕을 쬐고 있노라면 어느새 온몸이 땀투성이가 될 것이다. 그 땀이 내 발밑에 있는 어린나무에 비료로 쓰이면 무성하게 자란 나무가 공세를 펼치며 제 땅을 넘보게 된다. 그러니 힘을 내서 잘 다스리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