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래 OK시골 대표(시인)
이미 화석이 된 시간, 지난 가을
볕이 좋아 객없이 들른 화원 비닐하우스에
마이신으로 키운 병아리만한 애기국화들의
창백한 얼굴, 연애하듯 안고 와
서리 내린 날 아침에는
끝물의 치악산 단풍이나 자지러지게 보라며
창가에 놓고 잊었는데
해가 바뀌어 문득
창가에 핀 겨울꽃
붉게 가을을 난 창에 겨울 들고
눈이 내릴 때도
스스로 피었다 시들고 말라
모두 버리고
이제야 검불처럼 바스러져도
아프지 않을 만큼의 가벼움
비로소 날 꿈을 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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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았지만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의미만 있고 마음만 분주하지 세상은 늘 똑 같다. 모두 지난 시간들의 연결형이고 진행형이다. 아침에 일어나 창가를 보니 지난 가을 화원에서 사다놓은 국화가 그만한 크기로 말라, 말린 국화가 돼 있다. 보낸 가을이 아직도 거기 머물러 있었다. 버릴까 생각하다 그냥 두기로 했다. 피었다 지고 시들고 말라 손을 대면 바스러지지만 검불처럼 가볍다. 이제 버리지 않아도 제 스스로 날 것이다. 가벼워져야 날 수 있다. 새해에는 가벼워졌음 좋겠다.

창가의 말린 국화 [사진=김경래 OK시골 대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