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人100言]이병철 “나라가 없으면 삼성은 없어도 좋다”

2016-01-0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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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기적을 이끌어낸 기업인들의 ‘이 한마디’ (1)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사진=삼성그룹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호암(湖巖)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는 1945년 8.15 해방이 되자 심적전기(心的轉機)를 맞았다.

해방전까지 10년여간의 사업경험으로 경영요령을 터득한 호암은 사업에도 정도가 있고, 사업가에게 따르는 사회적 책무가 있다는 사실을 저버리고 축재의 재미에 이끌려 왔다.
하지만 해방 이후 피폐된 국가를 목격하며 민생이 해결되려면 경제질서의 틀이 잡혀야 하고, 정상적 경제활동이 보장되기 위해 정치사회의 안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평범한, 그러나 중요한 진리를 실감했다.

특히 해방 이듬해 시찰단에 끼어 일본에 건너간 호암은 큰 충격을 받았다. 약 2개월간 체류하며 두루살핀 패전 일본의 붕괴상은 상상을 넘었다. 모든 공장은 붕괴되고, 고층건물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대낮에도 도쿄 한복판에서 매춘부가 손님을 끌 정도로 풍속은 말할 수 없이 타락했다.

호암은 “모든 것은 나라가 기본이 된다. 나라가 잘 되고 강해야 모든 것이 잘 자란다. 따라서 무역을 하든 공장을 세우든 나라에 도움이 되는 것이 사업에 도움이 된다. 참다운 기업인은 거시적인 안목으로 기업을 발전시키고, 국부형성에 이바지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참다운 기업가 정신이다”고 생각했다.

무역업에 치중했던 호암은 이후 설탕과 모직, 비료, 전기, 전자, 석유화학, 조선, 방위산업, 반도체, 은행, 증권, 병원, 백화점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신규사업을 추진하기전 먼저 고려한것이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신념에 부합되는지 여부였다.

“나라가 없으면 삼성이 살아 있을 수 없다”는 호암의 사업보국 경영이념은 ‘사람이 행해야 할 도(道)’를 설득하는 도의론에 바탕을 둔 것이다. “사업을 통해 국가에 힘을 보태는 일은 의무나 헌신의 범위를 넘어 자신의 삶 자체이며 기쁨”이라고 했다.

호암의 서예 스승인 송천 정하건 선생도 지난 2014년 발간한 자전대답직 ‘필묵도정’에서 “호암은 저에게 ‘경제애국(經濟愛國)’ ‘경제보국(經濟報國)’ ‘경제입국(經濟立國)’ 등을 체본으로 써달라고 한 뒤, 이를 호암만의 스타일로 만들었다”고 언급할 만큼 국가는 호암에게 절대적인 존재였다.

수많은 기업이 내·외부적인 요인들로 흥망의 고락을 겪는동안 삼성이 오랫동안 재계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은 호암이 ‘착안대국 착수소국(着眼大局 着手小局)’으로 회사를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바둑용어인 ‘착안대국 착수소국’은 큰 국면을 헤아릴 수 있으면 한수 한수 제대로 둘 수 있다는 뜻이다. 호암은 투철한 애국심과 국가관을 밑바탕에 두고 항상 멀리 내다보며 과감하면서도 신중하게 사업을 추진했다. 그의 마지막 도전이었던 반도체 사업은 삼성그룹, 나아가 한국경제의 든든한 식량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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