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금융권 신용공여액이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 386개사에 대해 수시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한 결과 C등급 11곳, D등급 8곳 등 19개 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됐다고 30일 밝혔다.
올해 상반기 실시한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포함하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모두 54개사로 전년 대비 20개사나 늘었다.
양현근 금감원 부원장보는 "미국 금리인상, 중국 경제 둔화 등 대외적 불확실성 증대와 함께 일부 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이 발생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성장성, 수익성, 재무안정성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면서 "이에 부실징후기업의 조기 적출 및 신속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선제적으로 수시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수시 신용위험평가 결과 구조조정대상 중 상장사는 3개사로 C등급은 2개사, D등급은 1개사다. 이 가운데 최근 워크아웃이 결정된 동아원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시 평가에서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19개사에 대한 금융권 신용 공여액은 총 12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이 1조5000억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지난 7월 정기 신용위험평가 이후 금융권이 쌓은 충당금은 1조원 규모다.
다만 금감원 측은 금융권의 손실흡수 여력 등을 감안하면 충당금 추가 적립이 금융사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로 인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13.99%에서 13.89%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외에 금감원이 수시 신용위험평가와 별도로 주채무계열 소속 기업체에 대해 재무 상황 등을 점검한 결과 11개 계열사가 현재 정상이지만 위기 상황 시 취약 요인이 있어 선제적 자구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주채권은행은 이들 기업에 대해 계열 스스로 맞춤형 대응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이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갈 예정이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들과 만나 "이번 대기업 수시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업체 중 워크아웃 대상에 대해서는 신속한 경영정상화에 힘쓰고 부실기업에 대해서는 기업회생 절차 추진 등 신속한 정리를 유도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올해 6월 말 기업부문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108.6%로 가계(292.2%)와 신용카드(438.3%) 부문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이다"면서 "지금과 같이 여력이 있을 때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업체를 포함한 기업여신에 대하여 선제적으로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