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남편을 여의고 남은 재산을 정리해 마련한 토지와 주택을 큰아들 명의로 뒀는데 큰아들이 2000년 부동산을 팔아버렸기 때문이다.
최씨는 소송에서 당시 증여가 자신과 동생들을 잘 보살피는 조건으로 한 민법상 '부담부 증여'였다고 주장했다. 약속을 어겼으니 증여를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각서 등 부양을 조건으로 걸었다는 증거가 없었다. 법원은 상대에게 의무가 발생하는 '부담부 증여'가 아닌 단순 증여라며 최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순 증여라도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증여를 해제할 수 있는 조항이 별도로 있다. 민법 556조는 '증여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증여를 해제할 수 있도록 했다. 각서가 없더라도 자녀가 봉양을 잘못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된다.
최씨는 50여년 전 '효도 각서'를 받아놓지 않은데다 불효자 재산 반환을 가로막는 민법의 각종 조항 때문에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최근 논의되는 이른바 '불효자 방지법'은 부양의무를 저버린 자식에게 물려준 재산을 좀 더 쉽게 돌려받을 수 있게 이런 민법 규정들을 정비하는 내용이다.
헌법소원은 2009년 기각됐지만 이 조항들이 6년 만에 고스란히 개정 대상에 올랐다.
556조 2항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증여를 해제할 때 해제권을 6개월 이내에 행사하도록 했다.
이 조항은 "자식이 잘 못 모셨다고 해서 어느 부모가 6개월 만에 소송을 내느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558조는 증여 절차가 이미 이행된 경우 이마저도 못하게 하는 조항이다. 헌법재판소는 "법률관계의 안정성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이 조항에 합헌 결정했다.
현재 불효자 방지법은 2건이 국회에 제출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 등 22명이 서명한 민법 개정안은 증여 해제권 행사기간을 '해제 원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1년 또는 증여한 날부터 5년'으로 늘리고 558조는 없애는 내용이다.
증여를 해제할 수 있는 사유에 '학대나 그밖의 현저하게 부당한 대우'를 추가해 폭을 넓히고 증여받은 재산으로 얻은 이익까지 반환하도록 했다.
서영교 의원 등 10명이 발의한 민법 개정안도 거의 비슷하다. 해제권 행사기간을 2년으로 두고 증여 해제 또는 부양의무 청구를 가능하도록 했다.
민 의원 등은 "현행 민법의 증여조항은 배신행위자에 지나치게 유리하고 증여자에 불리한, 한마디로 '배은망덕 조장법'"이라고 주장했다.
두 법안 모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아 내년 5월 19대 국회 회기가 끝나면 폐기될 처지다.
그러나 재산만 물려받고 망은(忘恩)하는 불효자를 그냥 둬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데다 법무부도 관련 조항 개정을 검토하고 있어 논의가 끊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는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등 외국 민법을 참고해 의원발의안과 같은 맥락의 민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