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하균 기자= "35년 직장생활을 무사히 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직장 동료들께서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이제 직장을 떠나지만 그 마음 평생 고맙게 간직하겠습니다."
직장생활 평생 '경비업무' 한 우물만 팠던 울산대 총무인사팀 정정모 경비대장(70)은 지난 24일 각 부서 동료들에게 일일이 퇴직 인사를 다녔다. 사무실을 찾는 정 대장의 두 손에는 직장 동료들을 위해 세 딸이 준비해준 따끈한 호박설기 떡이 김을 모락모락 내고 있었다.
정 대장은 입사 후 8년이 지나 사무직 전환 권유도 받았지만, 경비업무를 천직으로 생각한 덕분인지 지금까지 큰 도난사고 한 번 없었다. 본관 안내업무에서는 특유의 소탈함과 친절함으로 '대학 첫얼굴'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오연천 울산대 총장은 24일 출근길 마지막 인사를 하는 정 대장을 총장실로 초청해 차 한 잔을 대접하고 금일봉까지 챙겨주면서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를 표시했다.
정 대장은 "오연천 총장님께서 부임하신 이후 어느 날 '나를 찾아온 지인이, 정 대장님이 행정본관 로비에서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것을 보고서 나더러 울산대에 부임 잘했다고 덕담을 하시더라'며 총장님이 밝은 얼굴로 격려해주실 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울산대 법인인 울산공업학원 사무국장을 지낸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도 울산대 방문 때 그를 만나면 "아저씨, 별일 없으시지요"라고 하면서 꼭 악수 인사를 할 정도로 정 대장의 친절함은 대학 구석구석에 배어 있다.
그에게 울산대는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세 딸 대학교육까지 마치게 해준 정말 고마운 곳이다.
첫째딸(41·가정관리학 93학번), 둘째딸(39·행정학 95학번), 셋째딸(33·화학공학 02학번) 모두 울산대 졸업생이다.
아직 미혼인 막내를 빼고 첫째 사위(42·전자계산학), 둘째 사위(41·물리학)도 울산대 졸업생이기에 정 대장에게는 울산대가 특별한 인연인 셈이다.
그는 "70 나이까지 일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복이었습니다. 요즘 회사의 어려움은 외면하고 자기의 권익만 따지는 일부 노동계가 직장의 소중함에 대해 좀 더 고민하면 좋겠습니다"라며 나름대로의 직업관을 피력했다.
정 대장은 지금까지 쉼없이 달려온 직장생활로 그동안 아내(68)와 함께하지 못했던 여행을 하면서 인생 2막을 설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