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국내 기업 10곳 중 1곳은 빚으로 간신히 연명하는 만성적 한계기업, 이른바 '좀비기업'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좀비기업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 금융시스템 불안과 경제성장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3년 연속 100%를 넘지 못한 곳이고, 만성적 한계기업은 2005년부터 10년간 2차례 이상 한계기업이었던 곳을 말한다.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돈을 벌어도 이자 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장기간 지속된 것이다.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12.4%에서 2014년 14.4%로 2.0%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한계기업 중 만성적 한계기업의 비중은 65.7%에서 73.8%로 8.1%포인트 상승했다.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의 만성적 한계기업 비중이 빠르게 상승했다. 전체 대기업 중 만성적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6.6%에서 10.8%로 상승했고 중소기업은 8.5%에서 10.6%로 높아졌다.
업종별로 보면 비제조업의 증가 속도가 제조업보다 빨랐다. 비제조업 중에선 운수·건설, 제조업 중에선 조선·철강 업종에서 크게 늘었다.
이들 기업은 수익성은 물론 작년부터 매출 증가율도 감소세(-5.4%)로 전환됐고 매출액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국내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기업 경영실적이 개선되지 못하는 최근의 상황을 고려할 때 만성적 한계기업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기업이 운영자금을 주로 외부차입에 의존하면서 차입금의존도가 작년 56.3%로 정상기업(24.6%)의 2배를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사들은 이들 기업에 돈을 빌려줬다. 재무상황이 매우 취약함에도 국내 은행 여신 중 55.6%가 만성적 한계기업에 신용등급을 'B등급 이상'을 줬고, 63.7%는 자산건전성을 '정상'으로 분류했다. 금융사들의 관대한 태도 탓에 이런 부실기업이 빚을 계속 늘리며 연명했다는 게 한은의 추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이 이들의 구조조정을 지연시켰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특수 은행과 정책금융 관련기관들이 만성적 한계기업에 빌려준 신용공여액이 2011년 22조8000억원에서 지난 6월 말 43조7000억원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기업부채의 문제는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특히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대기업 부채의 위험성이 증가하는 점"이라며 "선제적인 기업 구조조정 체제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