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근 서울대 교수의 과격한 제안 “5060세대들, 모두 물러나자”

2015-12-1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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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근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17일 오후 한국공학한림원 주최로 열린 '제100회 코리아리더스포럼'에서 '대한민국 선수교체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한국공학한림원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5060세대는 모두 물러나야 합니다.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줘야 합니다.”

송호근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경제·사회의 기득권층으로 분류되는 늙은세대들의 동반퇴진을 촉구했다.
송 교수는 한국공학한림원 주최로 17일 오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00회 코리아리더스포럼’에 ‘대한민국 선수교체론’이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오늘 과격한 제안을 하려고 한다”며 서두를 꺼낸 송 교수는 강연 내내 한국 사회에 위기의 징후를 불어넣고 젊은이들에게 희망보다는 좌절을 안긴 것에 대한 책임론을 역설하며 진정한 사회개혁을 위해 모든 늙은이들은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체론에는 저도 포함된다. 대한민국은 늙었다. 늙었다는 말은 변화가 안 된다는 뜻이다. 위기 징후는 도처 깔려있다. 모두가 (위기를 인정하는데) 그걸 쇄신하는 방법은 십시일반 얘기만 할 뿐 주도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없다. 사회적 노쇠현상. 저출산, 가처분소득 축소, 가계기업부채 증가 등의 문제는 지난 10년간 대두됐는데 진단만 하고 미시적 처방, 땜질 처방만 했다. 이렇게 만든 주인공들이 한국 사회를 장악하고 있다. 실패를 인정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 (한국사회는) 모든 영역에서 동맥경화증에 걸렸다. 뭔가 뚫어야 하는데 미시적인 조정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송 교수는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을 산업화 민주화 효율성이 소진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산업화 민주화의 효율성은 수명이 30년에 불과한데, 한국은 1960년부터 시작할 때 도입한 산업화 민주화 시스템이 60년째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올드 패러다임으로 버티지 말고 뉴 패러다임을 도입해야 하는데 그 시기가 지났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경제동력은 사회개혁에서 나오는 시대로 오래전에 접어들었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은 1인당 국민소득(GDP) 1만달러 때 사회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혁했다. 그때 고쳐서 3만달러로 빠르게 진입할 수 있었다”면서 “반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중 1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넘어가는 데 가장 느린 국가다. 27년 걸렸는데 달성하지 못했고, 달성해도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른다. 사회개혁을 안 해서 그렇다. 경제정책 → 사회정책 → 복지정책 → 경제정책으로 순환하는 구조를 한국은 만들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상황은 옳게 진단했다. 문제는 누가 사회제도 개혁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느냐는 것이다”면서 “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할 사람들이 구세대라는 게 문제다. 이들은 산업화 민주화를 성공시킨 세력들이다. 그들은 구세대다. 성공의 기억, 기득권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제도 개혁은 요원하다”고 일침한다.

참석자들에게 “골든타임은 다시 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송 교수는 현 체제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패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좌절감 당혹감 패배의식을 저도 갖고 있고 국민들도 갖고 있고, 특히 젊은세대가 갖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지 못한 어른들의 책임이다. (현 결정권자들은) 그걸 해결 못한다. 어른들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가 구세대인 늙은이들이 모두 물러나야 한다고 역설한 이유다.

송 교수는 “대변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은 1894년 갑오개혁때 1차 사회제도 개혁을 이뤄냈고, 1960년대부터 진행된 산업화 시대 때 2차 사회제도 개혁을 추진했다. 이제는 제3차 변혁인 ‘대변혁(Great Transformation)’, 사회제도의 전면 개혁이 필요한데 그 시기를 놓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구조 개혁이 절실한 이유로는 결핍된 시민성을 되찾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은 기지를 발동하면 시간단축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회는 모든 단계를 다 거쳐야 하는데 안 그러면 결핍의 덫에 걸린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1970년대에도 지배층은 꽤 있었다. 여기에 들어가기 위해 출세경쟁이 커지면서 지배층이 만원이 됐고 진입장벽이 높아졌다. 과연 젊은층들이 지배층에 들어갈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우리가 한국을 이런 사회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강연의 핵심을 설명하기 위해 ‘라스티냐크 딜레마’를 예로 들었다. ‘나의 사회적 학습은 끝났다. 상속녀를 찾으러 간다’는 청년 라스티냐크가 본인의 노력으로 상류층으로 나아갈 것인가, 돈 많은 처녀와 결혼해 상류층에 진입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후자를 택했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한국이 계속 현재를 개선하지 못하면 젊은층은 성취보다 세습자본을 찾아간다. 우리는 빈손으로 여기까지 만들었지만, 젊은이들은 상속녀를 찾아간다는 것이다. 이러면 한국은 망한다. 제가 대학생들에게 ‘여기서 공부하지 말고 상속녀 찾으면 된다’고 하면 부정을 안한다. 이건 심각하다. 이렇게 될 것을 다 알고 있지만 어른들이 손을 놓고 있다.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강연 내내 수차례에 걸쳐 “산업화 민주화 세력은 뉴 패러다임 생산에 실패했다는 것을 자임해야 한다.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세대교체를 통해 결정권과 권력·리더십을 이양하자. 사회를 만들어내는 힘을 내려놓자. 50대말 60대초는 각자가 가진 자본을 물려주고, 젊은층들이 새롭게 만들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40대 나이에 정권을 잡은 뒤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사례를 한국에서도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부문에 있던 인사들은 56세에 무조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관료 공무원들 빨리 물러나야 한다. 정치권도 56세 이상 퇴진하고 운동권도 반드시 퇴진해야 한다. 운동의 기억이 너무나 강해서 새로운 분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공공부문에서 세대교체 흐름이 민간부문으로 확산되면 한국은 젊어질 수 있다. 변화는 일어나야 한다. 미시조정으로 안된 것을 깨닫기 때문에 마지막 카드다. 물러나자. 새로운 세대에게 기회를 주자. 카리스마 정치인의 시대가 막을 내린 지금 세대교체가 답이다. 4050에게 길을 터주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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