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시장 키운다...'기술력' 흡수 위해 韓기업에 눈독

2015-12-1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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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이슬 기자]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 정부가 반도체산업 굴기(崛起)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 강국'의 구호를 앞세운 중국은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이어 한국과 미국 업체가 장악한 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정책과 금융지원을 통한 국가적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 메모리 분야 1위의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기업과 합작을 위해 러브콜을 보내는 중국 기업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이는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전략을 통해 우리나라 반도체 기술력을 단시간에 흡수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정부의 지원속에 중국 반도체기업이 해외 인수합병(M&A)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내년에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반도체산업을 세계 첨단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와 함께 자국 반도체산업 육성 의지를 강력히 드러냈다. 미국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중국 정부가 향후 5~10년내 최대 1500억 달러(약 177조1200억원)를 반도체 산업에 투자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하에 중국 기업은 올들어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전방위적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특히 세계 최강의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기업도 최상의 협력 파트너로 떠오르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주요 협력사를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

중국 최대 LCD 패널 제조업체에서 반도체 시장으로까지 진출한 징둥팡(京東方‧BOE)은 최근 한국의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에 지분투자를 타진했으나,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국 최대 반도체회사 칭화유니그룹은 지난달 SK하이닉스에 지분 15% 인수를 제안했다 거절당했다. 지난 7월에도 칭화유니그룹은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230억 달러를 제시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현지 업계에서는 칭화유니그룹이 내년부터 해외투자와 글로벌 M&A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은 미국 휴렛팩커드(HP), 미국 샌디스크를 비롯해 최근에는 20억 달러를 투자해 대만 반도체 패키징 회사 두 곳의 지분을 인수했다. 

또 중국 화롄그룹은 미국 반도체 기업 페어차일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페어차일드를 매입할 경우, 우리나라 경기도 부천 소재의 공장이 화롄측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 공장은 차량용 반도체로 활용되는 전력반도체를 생산한다.

중국이 반도체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에서 '반도체 코리아'를 외치는 우리 정부는 오히려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 투자를 줄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내년 반도체 R&D 신규사업예산 편성은 제로다. 반도체 관련 예산을 산업통상자원부에 배정하는 미래부가 200억원 가량의 신규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국가차원에서 반도체산업 진흥에 힘쓰는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는 오히려 투자를 줄이며 중국에 추격당할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중국기업과의 합작은 장기적으로 국내 반도체 시장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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