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 임박] '빚더미' 한계기업 벼랑 끝으로…'금융위기' 뇌관되나

2015-12-16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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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미국의 금리인상이 임박함에 따라 대출과 보증 등 빚에 의존해 연명하는 '한계기업'이 벼랑 끝 상황에 몰렸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시작하면 한국 금리 역시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00% 미만인 기업을 일컫는 '한계기업'에겐 독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가 인상되면 한계기업의 숫자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산업 전반에 걸친 활력 저하까지 우려되는 상황인데다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구가해온 우리나라로서는 대기업 한계기업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은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선제적 기업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관련법안들은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 대기업 '한계기업' 급증…중소기업 보다 3배 더 빨라

경기 침체의 늪에서 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대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이 중소기업보다 3배가량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기업부채 현황 및 기업구조조정에서의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민간기업 부채는 1253조원 규모다. 이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82.8%에 달한다.

대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9.3%에서 지난해 14.8%로 급격히 늘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이 13.5%에서 15.3%로 1.8%p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의 한계기업 비중 증가 속도가 얼마나 가파른지 알 수 있다.

또한 중소기업 중 한계기업의 부채비율은 8.0%p 하락했지만 대기업 한계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기준 231.1%로 같은 기간 14.8%p 상승했다.

산업별로 보면 조선업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2009년 6.1%에서 지난해 18.2%로 커졌다.

같은 기간 운수업에서 한계기업 비중은 8.9% 포인트(13.3→22.2%), 철강업은 6.9% 포인트(5.9→12.8%) 상승했다.

◆ 금리 인상은 한계기업에 '사형선고'…기업구조조정 시급

장기침체에 빠진 조선, 해운, 철강, 건설 업종 등 한계기업에겐 금리인상이 '사형선고'가 될 수 있다.

이들 기업의 빚은 이자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부실채권으로 전락하게 되고 은행의 건전성에 직격탄을 가하게 된다.

금융당국의 수장 역시 이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5%로 동결한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의 금리는 전반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계기업이나 과다채무기업에는 분명히 어려움이 닥친다. 기업구조조정은 시급히 처리할 과제"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를 만들어 경기민감 업종에서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채권은행은 지난 6월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에서 구조조정대상 35곳을 선정한 데 이어 현재 추가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골라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 기업 구조개혁 뒷받침할 '기촉법', 국회서 표류

문제는 기업구조개혁을 뒷받침할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존치 논의가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시법인 기촉법을 영구법으로 전환하거나 올해 말인 일몰 시한을 연장하지 않는 이상 워크아웃을 통한 기업 구조조정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기촉법은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통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기촉법은 제정된 이후 은행 등 금융사 채권만을 대상으로 하는 신속한 구조조정으로 조기에 부실기업을 정상화하고 협력업체 등 사회적 약자의 피해를 줄여 금융시장을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워크아웃의 위헌성과 부작용을 근거로 제도 존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논의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본격화를 앞둔 시점에서 기촉법 공백에 따른 후유증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자율적인 구조조정 관행이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촉법이 실효돼 워크아웃 참여에 대한 법적 강제성이 없어진다면 구조조정 시장에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신규지원 사례를 들어 워크아웃 무용론을 주장하지만 이는 산업은행의 자체실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며 "기촉법 폐지 시 각종 특례 근거가 사라져 효과적인 기업 구조조정 추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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