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의 A판매점 페이백 정책]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인천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이 불법 보조금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이른바 '페이백'을 미끼로 가입자를 대거 유치한 뒤 잠적해 600여 명에 달하는 소비자가 사기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판매점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 전부터 수년간 비공개 모바일 커뮤니티를 이용해 불법보조금을 미끼로 소비자들의 입단속을 시켜 박리다매 영업을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인천의 A판매점이 지난 4월부터 SK텔레콤 특판조건을 내걸고 불법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판매점주는 네이버 밴드 등 비공개 모바일 커뮤니티를 통해 가입자를 모았고, 아이폰6와 갤럭시S6, 갤럭시 노트4 등 최신 휴대전화를 20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개통을 해줬다.
예컨대 갤럭시S6의 경우 '16재고(세종대왕12) 판매가 76만5000원' 식이다. 재고는 실구매가를 뜻한다. 다만 세종대왕(12만원)은 소비자가 현장에서 내는 금액이다. 즉 76만5000원에서 실구매가(16만원)와 현장 지급액(12만원) 차액을 빼 72만5000원을 6개월 뒤 페이백 해준다는 뜻이다.
현재 SK텔레콤의 'band 데이터 29' 요금제 기준 갤럭시 S6(32G) 구매가(출고가 77만9900원)는 지원금 선택 시 9만8000원을 할인받아 68만19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A판매점 피해자는 "해당 판매점주는 지난 2~3년간 페이백을 통해 신뢰를 쌓았다. 주변 지인을 소개할 경우 VIP 할인 카드까지 발급해주며 전국 단위 대리점이니 안심을 시키고 못 믿으면 나가라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페이백을 받은 사례도 있어 믿고 구매를 했으나 지난 2일 밤 매장을 비우고 해당점주는 잠적한 상태다. 대리점 측에 따르면 피해자는 600여 명에 달하고, 현재 밴드를 통해 300여 명의 피해자가 증거자료를 공유하면서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소비자에게 페이백을 지급한 내역(왼쪽), 입금자명을 옥션환불 등을 사용해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했다.]
결국 600여 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은 20만원 안팎의 손해와 80만원가량의 단말기 대금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무엇보다 해당 판매점과 계약을 맺은 SK텔레콤 직영 대리점은 피해자를 대상으로 20만원 안팎의 피해금을 보상해준다고 나섰다가 말을 바꾸면서 피해자들을 우롱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판매점 피해자는 "지난주 SK텔레콤 직영 대리점 측에서 20만원 안팎의 피해액에 대해 보상을 해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를 밴드 내 피해자들에게 알렸고, 얼마 후 SK텔레콤 측은 도의적 책임을 고려해 10만원 보상으로 말을 바꿨고 이제는 보상을 해주시 않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SK텔레콤 측에서 더는 피해보상을 요구하지 마라. 법대로 하라며 딱 잘라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페이백은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다. 구제하는 것에 대한 의무는 없다"면서 "다만 고객관리 차원에서 어느 정도 피해 보상은 해줘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SK텔레콤은 올해 초 서울 서대문구 등 수도권 내 판매점이 1100여 명을 상대로 페이백 사기를 벌인 건에 대해서는 피해자 전체를 보상해준 바 있다. 당시 LG유플러스 또한 확인된 피해자들에게 피해금 전액을 보상해줬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판매점이 당사 동의 없이 SK텔레콤 상호를 이용한 사실이 괘씸하다. 판매점 자체의 불법 페이백 사건인 만큼 본사 차원의 보상은 없다"고 견해를 밝혔다.
경쟁사 직영 대리점 관계자는 "판매점의 경우 단말기 판매 대수당 마진에 따라 수익이 나고 그 윗선인 대리점은 판매자가 모집해 오는 가입자만 많으면 된다. 해당 판매점이 수년간 페이백을 일삼았다면 대리점에서 모를 리 없었을 것"이라며 "대리점이 법적 책임도 없을뿐더러 관여할 이유도 없어 방관했을 공산도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