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출시된 HB20 상품성 개선 모델.[사진=현대차]
아주경제 윤정훈 기자 = 현대자동차는 브라질 시장에서 현지화 차량인 ‘HB20’을 중심으로 경기가 불황에도 공장을 완전 가동하면서 중남미 시장의 장기 포석을 둔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브라질은 중국, 미국, 일본, 독일, 한국, 인도, 멕시코에 이어 세계 8위 자동차 생산량을 보유하고 있다. 내수시장은 세계 4위 규모로 현대차로서는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브라질은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통계가 시작된 1996년 이후 가장 안 좋은 수치이며, 6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중이다.
더불어 자동차 판매량도 감소 추세다. 브라질자동차딜러협회(Fenabrave)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브라질 전체 자동차(버스, 트럭 등 상용차 포함) 판매량은 총 234만1256대로 전년 동기 312만7804대 대비 25.1%나 줄었다.
특히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의 하락폭이 올해만 30%를 넘나들면서 해외에서 부품을 수입해 제조하는 업체들은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브라질 시장이 침체되고 있지만 소형차를 파는 현대차에게는 점유율을 높이고, 브랜드 충성도를 제고할 수 있는 기회다.
현대차는 지난 2012년 11월 브라질 삐라씨까바에 연 15만대(현재 18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완공하고 중남미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후 브라질 전략 차종인 소형 해치백 HB20을 성공시키며 판매에 가속을 붙이기 시작했다.
브라질에서 현대차 공장은 HB20만 생산하고 ix30(투싼), 엘란트라(아반떼) 등 수출 차종은 CKD(반조립)로 수입해서 현지업체인 카오아(CAOA)가 생산과 판매를 담당한다.
HB20은 브라질 현지 자동차 시장 상황에 맞춰 바이오 연료와 가솔린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플렉스 퓨얼’을 적용했다. 1.0ℓ 카파 엔진과 1.6ℓ 감마 엔진으로 나오며 최고 수준의 도난 방지 기능도 탑재해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HB20의 판매 호조 영향으로 현대차의 브라질 판매량은 △2011년 11만4861대 △2012년 13만4938대 △2013년 21만2900대 △2014년 23만7134대로 브라질 경제의 침체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했다.

[자료=현대자동차]
하지만 올해 급격한 침체는 현대차의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현대차의 예상판매량은 20만대를 웃도는 수준으로 작년 대비 10~15% 감소가 예상된다. 현대차는 11월까지 올 브라질 판매량은 18만5157대(점유율 8.21%)를 판매해 피아트와 GM, 폭스바겐, 포드에 이어 5위를 기록하고 있다.
11월에는 1만6583대를 판매해 작년 동기(2만1247대) 대비 약 22% 감소했다. 이는 브라질 내수시장 침체 영향으로 전체 자동차 판매량도 같은 기간 약 34% 하락했다.
현대차는 불황에도 공장가동을 현재 24시간 3교대로 계속 가져간다는 계획이다. 브라질 판매가 단기적으로 주춤해도 중남미 수출에 용이하고, 소형모델 HB20과 SUV 투싼의 판매가 호조세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헤알화의 가치 하락이 지속되면서 HB20을 제외한 국내 수출 물량은 감소가 불가피하다.
브라질에 진출한 글로벌 업체도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GM은 지난 8월 상파울루 주의 공장 근로자 789명을 해고했고, 메르세데스-벤츠는 공장 근로자 감축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포드는 물량 조절을 위해 카마사리 공장의 생산을 일시 중단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반면 도요타는 내년 상반기 가동할 포르토 펠리즈 지역 신규엔진 공장에 180명을 고용했고, 중국 체리자동차는 내년 소형 SUV 티고5를 생산하기 위해 11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아우디도 지난달부터 브라질 파라나주 쿠리치바 공장에서 1.4ℓ TFSI 플렉스 퓨얼 엔진을 적용한 A3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브라질 내수시장의 침체 영향으로 현대차도 판매량이 감소했지만 점유율은 8~9%를 유지하며, 4위 포드를 바짝 좇고 있다”면서 “내년 하계 올림픽을 전후로 회복되면 HB20을 중심으로 현대차의 판매도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