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KBO 페이스북 제공]
지난 8일 8일 오후 4시40분 서울시 양재동 The-K 호텔 컨벤션센터에서 '2015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렸다. 총 10개의 포지션에서 최고의 선수들을 한 명(외야 3명)씩 가려냈다. 하지만 선정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의견이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문제가 되는 포지션은 세 개다. 바로 이승엽(삼성·39)이 수상한 지명타자, 김재호(두산·30세)가 받은 유격수, 양의지(두산·28)가 받은 포수 부분이다.
당초 지명 타자 부분에서 수상이 유력했던 선수는 최준석(롯데·32)이다. 최준석은 타율과 팀 전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 득점 부분을 빼면 사실상 이승엽에 비해 모든 기록에서 앞서 있다. 특히 100타석 가까이 경기에 더 나섰고, 타점 109개(이승엽 90개)를 쓸어 담았으며, 볼넷 108(이승엽 40개)개를 얻어내는 등 기록에서 이승엽을 압도했다. 더군다나 수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지명타자 부분이기에 다른 변수가 있었다고 생각하기도 어렵다. 이승엽의 명성이나 삼성의 정규리그 우승 프리미엄이 붙지 않았다고 보기 힘든 이유다.
포수 부분도 납득하기 힘들다. 양의지는 200표 차이로 강민호(롯데·30)를 눌렀다. 양의지가 타율, 안타 등 몇몇 부분에서 앞서지만 생산성 측면에서 강민호는 역대급 시즌을 보냈다. 강민호는 OPS 1.060을 기록, 역대 포수 포지션 최고 OPS를 기록했다. 또 KBO 역사상 최초로 포수 3할, 30홈런을 기록했다. 또 포수로써 달성하기 힘든 30홈런, 4할대 출루율, 6할대 장타율을 해냈다. 두 포수의 수비 스탯은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도루 저지율에서는 강민호가 압도한다. 강민호의 도루 저지율은 34.5%, 양의지는 29.2%다.
이렇게 객관적 지표와 수상자가 갈리는 이유는 투표를 하는 기자들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논란이 된 포지션 수상자 세 명은 모두 우승팀 선수들이다. 이승엽의 삼성 라이온즈는 정규 시즌 5연패를 달성했고, 양의지와 김재호는 두산 베어스의 한국 시리즈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개인의 기량으로 상을 수여하는 골든 글러브에 팀의 성적을 반영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아 보인다. 그렇게 되면 9명이 뛰는 팀 스포츠 야구에서 약팀의 선수는 최고의 활약을 펼쳐도 절대 상을 받을 수 없다.
또 ‘슬버 슬러거’ 상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골든 글러브는 애당초 MLB에서 최고의 수비수를 가려내기 위해 만들어진 상이다. 하지만 한국의 골든글러브는 공격력을 기준으로 선정하고 시상하는 상에 가깝다. 때문에 수비력이 좋은 선수들은 평가 절하되는 경향이 다분하다. 올바른 평가를 위해서는 공·수를 분리해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