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정영일 기자]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정부가 주류업계의 소줏값 인상으로 세수 약 1000억원의 ‘편법 증세’를 노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올해 초 담뱃값 인상 이후 소줏값을 올리지 않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1년도 채 되지 않아 공염불이 될 전망이다.
주류업계는 연말 소줏값 인상을 놓고 업계와 소비자간 논란의 중심에 있다. 그런데 정부가 별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소줏값 인상이 주류업계의 진흑탕 싸움으로 번질 기세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례적으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에서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올해 초 담뱃값 인상 때와 사뭇 다른 행보다. 정부에서는 주류업체가 가격을 인상하는데 굳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 가격을 올리겠다는데 정부가 개입할 이유는 없다”며 “(소줏값이) 내년 물가를 올리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하는데 지금 단정지을 일은 아니다. 시장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같은 태도는 주류업계가 소주 가격을 인상할 경우 자연적으로 들어오는 세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현재 진로 참이슬이 출고가 기준으로 961원에서 1015원으로 6.5%인 54원 오르면 국세청은 앉아서 1병당 세금 28원을 더 걷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결국 정부는 소줏값 인상을 굳이 제재 하지 않음에 따라 내년에 500억원 이상 세금을 충당할 수 있는 셈이다. 소주 가격 인상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이유다. 내년에 맥주 가격까지 오를 경우 정부로 들어오는 세금은 1000억원이 훌쩍 넘는다.
특히 업계에서 빈병값 인상을 가격상승 명분으로 내세우는 마당에 세금을 관할하는 기획재정부가 전면에 나서면 오히려 소비자들의 세부담에 대한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정부가 시장 개입을 주저하는 이유로 꼽힌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이번에 소주 출고가가 올라가면 세금이 부수적으로 잡아도 500억 이상은 정부가 앉아서 증세를 한 것”이라며 “2013년 기준 1년 주세가 총 4조6000억원이다. 맥주가 2조28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소주가 1조6500억원으로 그 다음”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어 “원가의 72%가 주세이고 그 주세의 30%가 교육세이며 이를 합한 금액의 부가가치세가 10% 붙기 때문에 출고가의 53%가 세금”이라며 “결국 이번에도 간접세만 계속 올리는 조세 행정으로 서민 물가만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내년의 경우 주요 서민품목인 라면과 맥주도 가격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라면은 지난 4년간 가격을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가격인상을 검토한 바 없다”고 한발 물러서고 있지만 담배·소주에 이어 라면까지 정부의 세수 쥐어짜기로 이어질 경우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