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효성, 아모레퍼시픽 등은 최근 높은 실적을 달성해 기술경영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경쟁사보다 1년여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반도체가격 하락에도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삼성의 반도체는 후발주자로 1983년 2월에서야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반도체 시장은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 기업이 D램 분야를 선도하던 상황에서 후발주자의 어려움이 예상됐다. 삼성의 비서실에서조차 투자에 반대하며 ‘반도체를 하면 삼성이 망한다’는 진언으로 이건희 회장을 말렸을 정도였다.
반도체의 불황기에 접어들었을 때 경쟁사인 미국과 일본의 기업들이 투자를 삭감하는 상황에서도 삼성은 기술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 호황기가 찾아와 흑자로 전환된 삼성의 반도체 사업은 강력한 오너 리더십 아래 한국의 주요 수출상품이 됐다.
섬유의 반도체로 불리는 효성의 기능성 섬유 스판덱스가 대표적이다. 효성은 1989년 조석래 회장의 지시로 고부가가치를 지닐 것으로 예상되는 스판덱스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후 3년여간 시행착오와 실패를 경험했다.
공학도 출신으로 과학이나 생산기술에 관심이 많았던 조석래 회장은 IMF 위기 속 스판덱스 사업을 중단하자는 주변의 만류에도 성공을 확신하며 연구개발(R&D)에 지속 투자했다. 이를 통해 세계 최고수준인 듀폰에 승리,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처음 연간 수출 2억 달러 초과 달성을 바라보는 아모레퍼시픽도 오래 전부터 기술경영의 씨를 뿌렸다. 화장품 산업 보호정책으로 R&D 투자 인식이 부족하던 시절, 1985년 기준 업계의 평균 R&D 비용은 매출액의 0.98%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아모레퍼시픽은 1978년 연구실을 기술연구소로 확대 개편하고 총 매출액의 2.5% 이상을 R&D에 투자했다.
서경배 회장은 IMF 위기 당시 다른 사업을 매각하면서도 기술 중심의 화장품 사업에 집중해 현재 세계적인 기업 반열에 올랐다. 서 회장을 아시아 최고 기업인으로 선정한 포브스는 아모레퍼시픽이 2011년 이후 R&D 인력을 30% 이상 늘리는 등 기술혁신을 주도하는데 주목했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의 확고한 주인의식과 기술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최선의 결과를 이뤄낸 사례”라며 “세계경제의 이해관계를 빠르게 조율해 신속한 경영전략을 세우고, 회사가 나아가야 할 중점 분야에 대한 집중적 기술투자를 가능케 하는 리더십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한국경제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