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 삼성그룹에 인사가 있었다. 다수의 임원이 회사에서 짐을 싸고 나갔다. 초겨울 찬바람을 더 시리게 느낄 사람들이다.
삼성 임원인사에 앞서 각 계열사 임원의 퇴임자 명단이 직원과 출입기자 사이에 돌았다.
과거와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회사에서 임원인사가 있기 며칠 전부터 퇴임할 임원에게 개별 통보를 했기 때문이다.
회사를 떠난 이들은 한평생 조직에 충성하며 한때 대기업 임원이란 '별'을 단 사람들이고, 이제는 조직의 살생부 명단에 이름을 올려 내부적으로 숨통이 끊긴 사람들이다.
조직의 무서운 맛이다. 삼성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임원 단지 2년밖에 안된 상사가 짐을 챙겨 나가는 모습을 보니 남일 같지 않아 불안하다"면서 "조직에 충성해도 얼마나 붙어있을 수 있을지 모르니 막막하다"고 토로한다.
삼성이 '이건희 시대'에서 '이재용 시대'로 넘어오며 임원의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은 이재용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는 첫 인사를 통해 어느 정도 현실화됐다.
삼성전자 핵심 사업을 맡고있던 신종균 사장과 윤부근 사장은 일선 사업부에서 물러나고, 그 자리는 후배 임원으로 새로 채워졌다.
여기에 이 부회장의 그룹의 주도권을 잡은 후 계열사 매각, 조직개편 등을 통한 조직 슬림화 작업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삼성의 인력 감축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이유도 이 부회장의 이 같은 경영방식과 일맥상통한다.
혈기왕성한 젊은 피로 조직을 수혈하는 일은 중요하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조직을 변화시키는 작업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조직의 리더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변화에 조직원의 공감을 끌어내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조직에서 언제 나가야 할지 알수 없는 상황에, 목숨걸고 조직에 충성할 직원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