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1년 후, 대한항공에 일어난 변화

2015-12-0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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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땅콩 회항'은 대한항공 앞에 붙는 주홍글씨가 됐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객실 승무원의 마카다미아 서비스에 불만을 품으면서 일파만파로 커진 이 사건은 그가 143일 만에 집행유예로 석방되면서 일단락 됐다.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뜨겁게 달궜던 땅콩 회항 사건이 발생한 후 1년. 대한항공은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우선 땅콩 회항은 항공법까지 개정시켰다. 후속 대책으로 '항공보안법 개정안'이 교통법안소위에 상정됐다. 앞으로 항공기 내에서 폭언 등 소란행위와 음주, 약물 복용 후 다른 사람을 위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벌에 처해진다. 벌금도 기존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상향된다.

또 항공사 임원의 자격요건이 강화됐다. 항공 관련법을 위반한 항공운송사업자 및 임원에 대한 선임 제한 기간이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나는 안이 통과 됐다.

대한항공의 위기대응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라면 상무'와 '땅콩 회항'은 모두 기내에서 일어난 '갑(甲)질' 대명사로 꼽힌다. 포스코는 해당 임원을 바로 해고하고 신속한 사과를 한 반면, 대한항공은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책임을 져야하는 그룹 오너 일가가 반성과 사과 대신 변명과 회피하려는 모습이 비춰져서다.

당시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줄 몰랐다는 게 대한항공 관계자의 전언이다. 기존 소극적이던 홍보도 솔직하고 신속하게 나서야 한다는 마인드 변화를 가져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제 여식의 어리석은 행동에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올 초 시무식때 사내 '소통위원회'를 만들어 기업문화를 개선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현재 조 회장이 약속한 소통위원회는 실체를 드러내지 못했다. 대한항공측은 사내 통신망에 개설한 익명 게시판인 '소통광장'이 충분한 소통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별도 소통위원회 구성없이도 소통광장을 통해 충분한 논의 및 개선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담당부서 책임자와 의사 결정권자들이 직접 안건을 검토·조치하고 그 과정이 직원에게 공개돼 실질적인 개선이 신속·효율적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지난 3월11일 개설된 소통광장에는 현재 900여건 게시글이 등록됐다. 실질적으로 소통광장에 올라온 건의사항은 기존 해당 부서에 서류를 제출하는 등 복잡한 절차없이 빠른 시간내 해결됐다. 네팔 지진지역 구호물품 지원, 반휴 제도 도입, 현장 직원 안전화‧제복 추가 지급, 여성전용 주차장 도입, 직원 PC 교체 등이 이뤄졌다.

소통광장에 등록된 한 게시글에는 "소통광장의 역할과 추진력이 놀랍다"며 "(여러 제안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을 보니 왜 옛날부터 이런 멋진 제도를 안했는지 모르겠다"는 글도 엿볼 수 있다.

대한항공이 땅콩 회항이라는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결과, 보수적이었던 조직문화를 깨고 유연하고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형성하려는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단 대한민국 대표 국적기로 전세계 하늘을 누볐던 대한항공의 이미지 회복은 지지부진하다. 최근 브랜드가치 평가회사인 브랜드스탁이 발표한 '2015년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에 따르면 대한항공 브랜드 가치는 땅콩회항 사건여파로 급락했다. 지난해 종합 6위였지만 사건이후 39위로 추락해 항공사 1위 자리를 아시아나항공(18위)에 내줬다.

송사도 진행 중이다. 항로변경 혐의에 대해 유무죄를 다투려는 땅콩 회항 3심 재판이 남아있다. 사건이 발생한 미국 뉴욕 주에서도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의 지시로 사건 당시 비행기에서 내려야 했던 박창진 사무장과 마카다미아를 서비스했던 김도희 객실 승무원이 각각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한진그룹 3세 경영구도도 안갯속이다. 조현아·원태·현민 3남매가 각각 호텔, 대한항공, 진에어 등 그룹 내 관련사업을 나눠 맡을 것으로 보였지만, 사건 이후 조 전 부사장의 경영참여는 기약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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