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중국의 신징빠오 1면에 실린 장성택 숙청보도.[사진= 아주경제 DB]
장성택이 처형된 2013년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체제가 공식 출범한 해였다. 중국과 혈맹국 임을 과시했던 북한이 시진핑 체제가 출범하자마자 북중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통했던 장성택을 처형한 것은 북중 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했다.
그해 2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에 크게 분노했던 시진핑 지도부는 장성택의 처형에 사실상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중국은 장성택 처형 소식에 "북한의 내부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북한발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장성택은 북한의 대표적 친중파로 통했던 인물로 2012년 8월 방중해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면담까지 한 인물이다. 시지핑 지도부는 장성택의 처형을 중국에 대한 북한의 '도전 아닌 도전' 간주했다는 후문이다.
이로 인해 양국관계는 지난해 2월 류전민(劉振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방북을 마지막으로 고위급 인사 교류가 1년 반 이상 중단됐다.
주북한 중국대사관 홈페이지는 1년 반 가량 새로운 내용이 업데이트 조차 되지 않는 등 사실상 양국관계가 얼어붙었다.
특히 지난해 7월, 시 주석이 중국 지도자의 '선(先) 방북' 관행을 깨고 한국을 먼저 방문한 것도 북한을 크게 자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도 북중 관계의 냉각기 동안 전통적 대중 외교는 외면한 채 러시아와 인도 등 다른 나라와 국제기구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등 외교 다변화에도 안간힘을 쏟았다.
하지만 북중관계는 올해 하반기 들어 개선되는 모양새다.
북한은 9월 3일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된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反) 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식에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파견하는 등 9~10월 양국의 주요 기념일에 고위급 대표단을 상호 파견하기도 했다.
여기다 중국은 지난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에 권력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을 전격적으로 파견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류 상무위원은 단독 회담에 이어 열병식에 나란히 참석하는 등 우호관계를 과시하며 양국 관계의 복원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류 상무위원의 방북을 계기로 전통적인 혈맹관계를 부각했을 뿐 아니라 고위급 정치대화, 경제교류 등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우려를 샀던 장거리 로켓 발사를 하지 않는 등 중국의 체면도 세워줬다.
시 주석과 김 제1위원장도 양국의 기념일에 서로 축전을 교환하며 관계 개선 의지를 보였고, 리위안차오(李源潮) 부주석도 10월 9일 주중 북한대사관이 개최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 북중관계 재건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
류 상무위원의 방북 직후인 지난 10월 말 리리궈(李立國) 민정부 부장이 방북하는 등 고위급 인사의 교류도 서서히 재개되고 있다.
지난 10월 중순 단둥(丹東)에서 열린 북중 박람회도 활기를 띠는 등 양국간 무역 투자도 과거보다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복수의 전문가들은 "북중 관계에 복원 조짐이 나타나는 것은 분명하지만, 결국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한 태도가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중국은 류 상무위원의 방북을 계기로 양국 관계 복원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한반도의 비핵화를 강조하며 '북핵불용' 원칙도 재확인한 바 있다.
중국이 김 제1위원장의 방중을 받아들이려면 북핵 문제에 대한 진전이 필수적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일부 외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 제1위원장이 내년 5월께 중국을 방문해 북중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물론 여기에는 북한이 핵 문제 진전에 중국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전제가 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