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는 지난 30여년간 우리 경제 현장의 최일선에서 기업·금융부문 구조조정 등 굵직굵직한 개혁을 이끌어온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의 경고다. 권 전 원장은 6일 기로에 선 한국 경제의 위기를 진단하고 정치 혁신을 통한 경제 개혁만이 문제 해결의 정답이라고 역설한 '모두가 꿈꾸는 더 좋은 경제'를 펴냈다.
권 전 금감원장은 이 책에서 중국의 성장이 감속 추세로 돌아선 가운데 올해 말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금리인상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3년쯤 후에는 3대 위기라는 거대한 삼각파도 쓰나미가 한국 경제를 덮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 전 원장은 미국의 금리가 인상돼 세계 금융시장이 극도로 경색될 경우 경상수지와 외환사정이 취약한 일부 신흥국부터 외환위기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한국도 이에 대비하지 않으면 양호한 것으로 평가받는 재정 건정성이나 경상수지, 외환관리에도 불구하고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악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거래활성화 대책과 규제완화 조치로 온기가 돌고 있지만 금리가 오르고 내수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후폭풍을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최근 2년간 집중된 분양 공급물량의 입주가 본격화되고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2017년 말부터 침체가 심각해 질 수 있다.
권 전 원장은 우리 경제가 이같은 어려움에 직면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강력한 구조조정보다 금융시장 안정과 기업지원으로 대응한 데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외환위기 때는 금융·기업·공공·노동 등 4대 개혁조치를 단행해 체질개선과 선진화에 성과를 거뒀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외면하고 손쉬운 방식으로 위기국면을 넘겼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10대 이슈인 △저출산·고령화 △부동산 △가계부채 △잠재성장률 하락 △청년실업 △신성장동력 발굴 △금융선진화 △재정건전성 △국가갈등 해결 시스템 △남북통일 등의 과제가 해결책을 강구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지난 10년동안 구조개혁 없이 현실에 안주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상황’을 초래한 셈이다.
그는 IMF 외환위기로 2000년대 초반까지 추진했던 4대 개혁 이후 지지 부진한 구조조정으로 ‘잃어버린 10년’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살리는 길은 각 부문의 구조개혁에 있다고 강조한다. 또 금융개혁은 관치금융과 규제의 철폐, 해외진출 강화, 핀테크 육성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교육개혁은 교육당국 및 대학의 기득권 포기와 시장에서 필요한 인력 육성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치부문은 과거의 일본 못지않게 구조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민생·경제활성화 법안의 상당수가 국회에 장기 계류 중이고 앞으로도 여야간 현격한 이견도 문제지만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처리 전망이 불투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권 전 원장은 한국 경제가 바뀌려면 정치가 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각종 정책이 당리당략이 우선인 정쟁에 묶여있고 전문성과 도덕성 부족으로 포퓰리즘적 졸속입법과 과잉규제를 양산해 정책 일관성을 저해하고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낡고 후진적인 정치관행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를 개혁하고 싱크탱크를 육성하며 정경분리와 의원입법 제도의 개선, 상생과 타협의 정치, 희망과 칭찬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의 미래를 바라보는 긴 안목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큰 정치를 할 때라는 것이다.
한편 권 전 원장은 지난 2013년에 펴낸 '성공하는 경제'에 이어 이번에 출간한 '더 좋은 경제'의 출판기념회를 오는 10일 오후 2시30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라온스퀘어(서현로 180번길 19)에서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