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어른이 된 유승호···대중이 함께한 ‘보이후드’

2015-12-0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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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제공]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 '보이후드'(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 2014)는 독특한 영화다. 한 가족, 특히 두 아이의 삶 자체가 영화의 큰 줄기다. 딱히 자극적인 소재나, 사건·사고가 일어나지도 않는다. 다만 삶 자체를 균일하게 조망한다. 링클레이터 감독은 자신의 실제 딸을 비롯한 배우들을 몇 년에 한 번씩 주기 적으로 만나 몇 개의 신을 촬영하는 식으로 십 수 년에 걸쳐 영화를 완성했다. 덕분에 영화 내내 관객들은 실제로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 삶 속에도 ‘보이 후드’의 아이와 같은 존재가 있다. 바로 배우 유승호다.

유승호는 8살이던 2000년 MBC드라마 ‘가시고기’(극본 이정란·연출 최이섭)을 통해 아역 연기자로 데뷔한 이래 15년 동안이나 대중들의 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 사이 유승호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보여줬다. 영화 ‘집으로’(감독 이정향·제작 튜브픽쳐스)에서는 귀여운 땡깡쟁이의 모습을 보이더니 영화 ‘돈텔파파’(감독 이상훈·제작 기획시대)에서는 배우 채민서와 함께 목욕 신을 촬영하는 투혼을 보이기도 했다. 그 시절 유승호는 우리 모두의 아이였다.

아역 배우임에도 유승호에게는 욕심이 있었다. 쉬지 않고 작품을 계속 해왔다. 덕분에 대중들은 계속 그의 성장과정을 지켜 볼 수 있었다. 더군다나 매번 자신의 나이 대에 맞는 역할을 맡은 덕분에 그의 성장은 더 명확하게 눈에 보였다.

2006년 개봉한 영화 ‘마음이’(감독 박은형 오달균·제작 SBS프로덕션)에서는 11살 소년의 모습을, 2009년 영화 ‘4교시 추리영역’(감독 이상용·제작 롯데엔터테인먼트)와 2010년 드라마 ‘공부의 신’(연출 유현기·극본 윤경아)에서는 고등학생의 역할을 맡았고, 2011년 욕망의 불꽃(연출 백호민·극본 정하연)과 영화 블라인드(연출 안상훈·제작 문화쳐)를 통해서는 성인 연기에 도전하며 성장 단계에 따른 배역을 적절히 맡아왔다.

작품을 하면 할수록,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연기력도 향상되며 ‘누구보다 좋은 눈빛을 가진 배우’라는 평도 따라왔다. 눈빛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배우 소지섭과 비견되며 ‘리틀 소지섭’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어느 덧 어른이 된 유승호는 연기 생활을 위해 대학교 진학을 포기한 채 군대로 떠났다. 군대를 갈 때도 팬들의 관심은 지극했다. 어릴 때부터 봐온 우리들 동생이자 아들이며 친구였던 배우의 미래를 기대하는 여론이 대다수였다. 유승호는 모두의 바람을 저버리지 않고 늠름한 남자가 돼서 돌아왔다.

유승호는 군대 제대 이후 MBC every1 드라마 ‘상상 고양이’(극본 서윤희 김선영·연출 이현주), SBS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극본 윤현호·연출 이창민), 영화 ‘조선마술사’(감독 김대승·위더스 필름) 등 전혀 다른 세 가지 장르의 작품에 각각 전혀 다른 캐릭터로 출연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배우 유승호가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IFC몰에서 열린 MBC에브리원 드라마 '상상고양이'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그는 최근 제작 발표회 등 언론과 만나는 자리에서 연기에 대한 갈망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군대에 있는 동안 TV를 보기 싫었다”고 밝힌 유승호는 “다시 연기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두렵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런 두려움은 기우에 불과했다. 유승호는 제대 직후 다양한 작품에 캐스팅 되며 공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고, 팬들과 언론은 그가 등장하는 자리마다 지대한 관심을 드러내며 그에 대한 대중의 사랑이 아직 식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어릴 때부터 대중의 관심을 받는 ‘아역 배우’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이미 수많은 아역배우 출신 연기자를 좌절시키는 요인이 됐었다. 하지만 유승호는 달랐다. 그의 키가 자라고 얼굴이 변하듯 연기가 변했고, 또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에 도전하며 정신적으로 성숙해졌다. 이는 대중에게는 큰 볼거리였고, ‘자식 키우는 맛’과 같은 느낌을 줬다. 그리고 유승호는 ‘안티가 없는 배우’가 됐다.

최근 그는 작품을 고르는 기준에 대해 “재밌는 것은 다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아역 배우 유승호는 이제 연기가 재미있을 만큼 성장했다. 그리고 그가 하는 작품 외에도 계속 성장하는 그 자체를 모습을 보는 것도 ‘보이 후드’를 보는 것만큼이나 큰 감동을 주는 일임에 틀림없다. 훗날 자식들에게 대배우가 된 유승호를 보며 “쟤가 어렸을 땐 말이야...”라고 말할 날이 올지도 모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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