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가치는 결국 몸값···박병호의 ‘착한 계약’이 아쉬운 이유

2015-12-05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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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병호 페이스북 사진]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 박병호(29)가 미네소타 트윈스와 5년 최대 1800만 달러(약 208억4400만원)의 조건으로 계약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번 계약이 사실상 협상 실패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나치게 ‘착한 계약’을 한게 아쉽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2일(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을 통해 "미네소타가 한국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 출신 박병호와 '4년 1200만 달러, 5년째 구단 옵션이 낀 180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알리면서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선수가 됐다..

미네소타는 지난달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에 나서 최고 응찰액 1285만 달러를 적어내 박병호와의 독점 교섭권을 얻었다. 당초 현지 언론은 박병호의 연봉을 '평균 500만∼1000만 달러'로 예상했다. 그러나 박병호는 5년 기준으로 연평균 360만 달러, 4년 기준 300만 달러의 예상보다 다소 낮은 금액에 사인했다.

네로는 박병호의 성적에 비해 낮은 연봉이 책정된 데 대해 "숫자가 항상 논리와 실제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며 "포스팅 제도는 선수가 연봉 협상을 진행하는데 불리한 점이 있지만 이것이 극적으로 바뀔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이어 "꾸준히 지켜본 박병호는 동기부여가 잘 된 선수였다. 포스팅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며 "적은 연봉으로 계약을 했다고 우릴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라는 궤변을 늘어놨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무능을 인정한 꼴 밖에 안 된다.

박병호는 포스팅 시스템에서 처음 메이저 구단과 계약한 선수가 아니다. 현지 언론이 박병호의 연봉 평균을 '500만∼1000만 달러 사이'로 예상한 것도 지난 사례로 유추해 볼 때 보통 연봉이 포스팅 응찰액에 비례했기 떄문이다.

지난해 강정호는 포스팅 응찰액 500만2015달러를 써 낸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5년 최대 1625만 달러에 계약했다. 그러나 박병호는 강정호보다 두 배 이상 높은 포스팅 응찰액을 기록하고도 비슷한 수준의 연봉을 받게 됐다.

또 이미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서도 좋은 계약을 맺은 류현진의 경우도 있다. 류현진은 지난 2012년 입찰액 2573만7737달러에 이어 6년 총액 3600만 달러에 LA 다저스와 계약했다. 연봉에는 포함되지 않은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 500만 달러(58억4000만원)도 챙겼다.

계약 당시 옵트 아웃 권리(5년 동안 750이닝 이상 소화할 경우 2017시즌 후 FA)를 받아내 1년 빨리 FA로 시장에 풀릴 수 있게 대비도 해뒀다. 박병호나 강정호가 5년째 옵션을 구단에 전적으로 위임한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것과 상반되는 장면이다. 또 선수 동의 없이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낼 수 없는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받아냈다.

이는 계약 마감일 40초까지 도장을 찍지 않은 류현진의 배짱과 유명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협상력이 얻어낸 결과였다. 에이전트는 좋은 계약을 끌어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단순히 계약 만 맺는다면 아무 쓸모가 없어진다. 그런 면에서 박병호의 에이전트 네로는 자신의 선수의 가치를 깎아 내린 셈이 됐다.

‘프로’의 가치란 결국 몸값으로 대변되는 것이다. 때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선수가 받는 연봉이 그 선수의 실력과 기대치를 표현하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가 된다.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다른 리그에서는 적응기가 필요하기 마련이고, 한때 부진할 수도 있다. 이때 그 선수의 적응기를 담보해주고 꾸준한 기회를 제공하게 되는 것은 역시 몸값(연봉+포스팅 금액)이다. 선수에게 투자한 금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선수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지고 그 기대치는 선수 관리 및 기용 등 모든 부분에서 ‘차이’로 나타난다.

히지만 몸값이 낮을수록 구단 입장에서는 선수를 쉽게 포기하고, 당장 성적이 좋은 다른 선수를 기용하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게 된다. 네로는 단순히 박병호에게 ‘적은 돈’을 쥐어줘서 비난 받는 게 아니다. 팬들은 박병호의 조급함을 해소해줄 심리적 완충지대나 부진 시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안전장치를 걷어차버린 데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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