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이수경·김혜란 기자 = 국회는 3일 새벽 본회의에서 2016년도 수정 예산안(총지출 기준)을 정부 안보다 3000억원 가량 삭감된 386조4000억원으로 확정했다. 이로써 국회는 지난해 법정처리시한을 맞춘 지 1년만에 또 다시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자정을 넘겨 통과된 수정 예산안은 재석의원 275명에 찬성 197명, 반대 49명으로 국회 문턱을 넘었고, 기권은 29명이었다. 여야 합의로 정리된 수정안이 가결되면서 정부 원안은 자동 폐기됐다.
이날 국회는 쟁점법안을 놓고 여야 대립으로 막판 진통을 겪다 오후 11시 10분께 겨우 본회의를 개의했다. 지난 2002년 법정시한을 지킨 이후 내내 시한을 넘겼던 국회는 지난해 12년만에 법정시한을 지켰다. 그러나 1년만에 이 행보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예산안 처리시한을 하루 앞둔 1일부터 여야는 쟁점법안과 예산안 처리를 두고 신경전을 이어갔다.
특히 새누리당이 법안과 예산안을 연계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당이 약속을 어겼다며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결국 새벽까지 심야협상을 벌인 끝에, 여야는 쟁점법안 5가지를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여당이 주장했던 '국제의료지원사업법'과 '관광진흥법', 그리고 야당이 내세운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모자보건법', '전공의 특별법'이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이 여야 원내대표 합의에 따른 쟁점법안 처리를 거부하면서 본회의는 더욱 늦어졌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 여야 각 당의 의원총회 개최를 통한 의견 수렴 등 지리한 절차를 거치고 난 시각은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겨우 한 시간 남짓 남겨둔 상황이었다.
결국 정 의장은 자정을 3분 남겨둔 시점에 차수변경을 선언했다. 본회의를 개의한 지 48분만에 예산안이 통과됐다.
정 의장은 표결에 앞서 "국회는 상임위 중심으로 예산과 법안이 논의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법안과 예산을 의결해야 한다"면서 "지금 국회는 국회의원과 상임위는 보이지 않고, 여야 정당 지도부만 보이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대신 교섭단체 지도부에 의한 주고받기 식의 ‘거래형 정치’는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면서 "신성한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되는 예산을 법안 통과를 위한 수단으로 삼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여야 원내지도부가 법안과 예산을 연계하며 일괄타결을 타진했던 것을 언급한 대목이다.
정 의장은 "오늘 토론으로 인해 45분이 지연되어 차수변경을 했습니다마는 오늘 2016년도 예산을 법정 시한 내에 통과시키는 이 시간이 우리 모두 무거운 마음으로 ‘기본으로 돌아가는 국회’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