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 나흘째인 25일 YS의 빈소에는 그의 마지막 유지(遺志)인 ‘통합과 화합’의 정신을 받들려는 정·재계 인사들의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이들은 정치적 입장과 노선, 세대를 초월해 YS의 넋을 한 마음으로 기리며 그를 추모했다.
이들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인물은 스스로를 ‘YS의 정치적 아들’이라 칭하며 서거 당일부터 상주를 자처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다.
김 대표는 이날까지 나흘째 차남 현철씨 등 유가족 곁에서 실내용 슬리퍼를 신은 채 분향실과 접객실을 분주히 오가며 조문객을 맞았고 유족, 상도동계 인사들과 장례절차를 논의했다. 심지어 며칠째 밤을 새우는 기자들의 식사까지 챙기는 살뜰한 면모를 보였다.
김 대표의 이 같은 ‘상주 정치’는 정치적 아버지인 YS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키는 동시에 민주주의의 거목이자 의회주의자였던 YS의 ‘정치적 유산’을 물려받는 적자임을 자임하는 셈이다. 여기다 최근 수세에 몰린 당내 공천권 전쟁을 반전시키고,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PK(부산·경남) 지역에서의 정치적 위상을 굳건히 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김 대표는 지난 22일 빈소를 찾은 PK의원들과 대화중 ‘TK 물갈이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물갈이, 물갈이 하는 사람들이 물갈이 된다"며 뼈 있는 농담을 한 뒤 자리를 뜨기도 했다.
빈소는 주로 여당 의원들이 지켰지만, 정계은퇴 선언을 했던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전 상임고문이 상도동계와 나란히 상주 역할을 해 눈길을 끌었다. 손 전 고문은 “발인(26일)할 때까지 빈소를 지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 전 고문은 지난 22일 비보를 듣고 강진에서 급거 상경한 뒤 24일로 사흘 연속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치러진 빈소를 찾았다.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모두 밤늦게까지 머물며 김무성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등 여야 현역 정치인들과 각계 인사 등 빈소를 찾는 수많은 조문객과 스스럼없이 부대꼈다.
조문객들 사이에서 손 전 고문의 복귀설이 자연스레 화제에 올랐지만, 그는 웃음과 침묵으로 선을 그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총선 이후 복귀”를 물었지만 손 전 고문은 “그런 일 절대 없다. (기자들) 또 소설 쓴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그는 26일 국회 영결식 참석후 곧바로 강진으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현실정치에서의 인연은 없지만, 지연과 학연을 매개로 김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며 PK지역 등에서의 영향력을 보여주려 했다는 평가다.
문 대표는 22일 빈소에서 조문한 뒤 “김 전 대통령은 부산지역을 기반으로 민주화운동을 해서 여러번 함께 뵈었었고 6월 항쟁 때 국민운동본부도 함께 했다”면서 “개인적으로 경남중·고등학교 선배고 거제도 동향 후배여서 여러모로 떠나보내는 마음이 좀 더 무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