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삼 전 대통령이 3당합당 전인 1989년 안양CC에서 김종필 전총리와 라운드하던중 중심을 잃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사진=운정김종필기념사업회 김종필화보집 인용]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스포츠를 좋아하고 사랑했다. 조깅·등산·배드민턴은 그를 말할때 빼놓을 수 없다.
김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 시절 한국 스포츠 최대의 업적으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 유치가 첫 손에 꼽힌다.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2002년 월드컵 유치를 내걸었던 김 전 대통령은 1993년 2월 취임 직후 월드컵 개최가 국위 선양과 국민 생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들을 직접 만나는 등 대회 유치에 큰 힘을 실었다. 김 전 대통령은 인기 스포츠인 야구와 축구장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냈고 직접 시구와 시축을 하며 팬들과 가까워지려 했다.
그런 김 전 대통령인데도 골프와는 거리를 두었다. 골프를 스포츠 아닌, 상류층의 ‘사치성 놀이’ 정도로 인식한 듯하다. 골프에는 그다지 ‘소질’도 없어보였다. 3당 합당의 한 파트너였던 김종필 전 총리와 라운드를 하던 도중 균형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은 후 멋쩍어하는 장면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김 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전임 대통령이 이용했던 청와대내 간이 골프연습장을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재임 중 골프를 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공직 사회에 사실상 ‘골프 금지령’을 내리는 등 골프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1996년에는 이수성 국무총리가 “대통령이 누구에게 골프를 치지 말라고 지시한 적은 없으며 골프를 쳐도 무방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문민정부 시절 공직자들은 필드에 나가기 쉽지 않았다. 공직자들이 골프를 멀리하면서 대기업 임원들의 라운드 횟수나 ‘접대 골프’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는 자연히 골프업계에도 타격을 줘 골프용품 매출액 감소로 이어졌다.
외국의 한 대통령이 방한해 김 전 대통령과 환담하던 도중 이런 에피소드도 있다. 김 전 대통령이 “우리는 골프장 입장료(그린피)에도 세금을 많이 물려 세수를 충당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외국 대통령은 “아니! 스포츠를 하는데도 세금을 내고 한다는 말입니까?”라고 말했고, 일순간 분위기가 머쓱해졌다고 한다.
“YS 시절 한국골프는 암흑기나 다름없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