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 방북 추진…핵포기·인권문제 개선 설득할 듯

2015-11-2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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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화통신]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이른 시일 내에 북한을 방문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힘에 따라, 방북이 성사될 경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만남 여부와 어떤 의제를 다룰 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반 총장은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소재 한국 유엔대표부에 마련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조문소에 들러 애도를 표한 뒤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방북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 있다"며 방북 추진 사실을 확인했다.

반 총장은 "북한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오고 있고, 언제 방북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서로 일자를 조정 중에 있다"며 "하지만, 아직 (일정이) 결정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우선 반 총장이 방북 할 경우 김정은 제1위원장을 만날지 여부가 관심사다.

앞서 방북했던 유엔 사무총장 2명이 모두 당시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일성 주석을 만났다는 점에서 반 총장이 평양에 가게 되면 북한의 집권자인 김 제1위원장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무엇보다 반 총장은 김 제1위원장을 만나게 되면 6자회담 복귀 등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하고, 유엔의 대북인권 결의안 추진 움직임을 소개하면서 인권개선 노력을 주문할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가 많다. 또 남북문제에선 8·25 합의의 이행을 촉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 총장도 방북을 추진하는 배경과 관련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또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남북한 간의 평화와 화해를 도모하고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저의 방북을 포함해서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반 총장은 김 제1위원장을 만나 어떤 식으로든 우리 정부와 미국 측의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여, 그의 '메신저'로서의 역할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반 총장이)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해 남북간, 북미간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핵이나 인권문제를 개선하면 국제사회에 나올 수 있고, 이는 김정은 정권에도 유리하다는 점을 설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김 제1위원장은 핵 문제, 인권문제 등 반 총장이 제기할 의제에 대해 기존의 북한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핵 문제에는 미국의 적대정책, 인권 문제에는 서방의 '이중잣대', 남북관계에서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이나 대북전단 살포, 남측의 흡수통일 시도 주장 등을 내세우며 책임을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인권문제에서는 '북한은 아동, 노인, 여성에 대한 인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고 언제든 인권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는데, 미국이 북한을 말살하려 이중잣대를 대고 있다', 남북문제에는 '북한은 자주통일을 위해 언제든 노력할 자세가 돼 있는데 남측이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고 있다'며 반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반 총장과 김 제1위원장이 어떤 식으로든 가시적인 성과물을 도출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반 총장으로선 임기를 1년여 남겨둔 시점에서 어렵게 이뤄지는 방북이고, 김 제1위원장으로서도 집권 이후 처음으로 국제 외교무대에 데뷔하는 자리인데다 특히 내년 5월의 노동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업적을 내놓아야 할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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