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고 김영삼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박근혜 대통령 부녀와의 대를 이은 질긴 악연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정치 인생 대부분을 반독재 민주화투쟁에 몸 바친 야당 정치인으로 살아온 김 전 대통령은 신민당 총재 시절 서슬 퍼런 박정희 정권 유신 체제를 향해 “‘암흑, 살인정치’를 감행하는 박정희 정권은 머지않아 가장 비참한 방법으로 쓰러질 것'이라고 일갈했다.
1969년 박정희 유신독재의 3선 개헌에 반대투쟁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자택 인근에서 초산테러를 당했는데, 당시 김 전 대통령은 배후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하기도 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독재자”, “독재자의 딸”이라며 가시 돋친 말로 여러 차례 공격했다.
이 때문인지 김 전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 불편하고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1999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박정희기념관 건립을 추진한 것을 두고 김 전 대통령이 강력히 비판하자,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업적 면이나 도덕성 면에서나 박 전 대통령이 1등을 차지한 반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꼴찌로 나타나지 않았느냐”면서 “외환 관리조차 못해서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전직 대통령”이라고 맹비난했다.
박 대통령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나라당 입당 선언에서 “국민이 피땀 흘려 일으킨 나라가 오늘 같은 난국에 처한 것을 보면 돌아가신 아버님이 생각나 목이 멜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1999년 5월 서울 수유동 4·19 국립묘지를 참배한 자리에서 퇴임 후 처음으로 시국 성명을 발표하며 “박정희 정권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아직 남았으며 결코 미화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하면 옳다고 주장하고 남이 하는 것은 부정하는 반사회적 성격의 인물이 다시는 정치 지도자가 돼서는 안된다”며 YS에 직격탄을 날렸다.
김 전 대통령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대신 이명박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명박 정부때인 2010년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하던 박 대통령을 향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집권 18년간 장기집권 등을 위해 네번이나 국민투표를 악용한 바 있지만, 세종시 문제는 그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라면서 국민투표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12년 총선에서 차남 김현철씨가 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YS는 격분했고 김현철은 새누리당에서 탈당하며 박 대통령을 겨냥해 “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무자비한 정치 보복이자 테러”라고 주장했다.
같은 해 7월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김문수 경기지사가 김 전 대통령을 만나 “이번에는 토끼(김문수)가 사자(박근혜)를 잡는 격”이라고 각오를 밝히자, 김 전 대통령은 “그건 사자도 아니다. 아주 칠푼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또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을 해서는 안 된다. 역사의 흐름과 맞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같은 해 8월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 선출된 후 상도동을 찾았을 때 김 전 대통령은 “앞으로 많은 산을 넘으셔야 할 텐데 하여튼 잘하길 바란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박 대통령은 “감사합니다”라고 짧게 답했을 뿐이다. 박 대통령은 2013년 2월 대통령 취임식 이후 공식석상에서 김 전 대통령을 만난 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