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11월 25일은 아산(峨山)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한국 기업가 정신의 최정점에 있는 그가 현역에서 활동했던 시기는 한국경제가 고도의 성장을 거듭했다. 축복된 자리이지만 2015년 한국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기업가 정신마저도 쇠퇴해 버렸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 시대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등산을 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면 오히려 노련한 사람이 대열의 뒤에 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가장 뒤에서 대열을 쫓아가는 게 가장 힘들기 때문이다. 경험이 적은 사람들은 차라리 대열의 중간에 있는 게 덜 힘들다. 앞에 있는 사람은 대열을 리드해 가면서 약간의 여유까지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가장 뒤에서 쫓아가는 사람은 헐떡거리면서 쫓아가도 대열을 따라잡을까 말까 할 지경이다.
따라서 점점 빠르게 시대가 변화할 때, 자신은 더 빠르게 변해야 한다. 남들이 자전거를 타면 나는 자동차를 타야하고, 자전거를 타던 사람이 자동차로 옮겨 탈 때에 나는 비행기를 잡아타야 한다. 처음에는 앞서나가고 주도하는 것이 힘들어 보이지만 결국은 그 편이 소모가 더 적다.
저는 언제나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그 다음을 생각했다. 물론 회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지금의 사업으로도 충분히 수익을 내고 있는데 왜 자꾸 모험을 하려 드느냐고 반대하곤 했다. 하지만 저에게 그것은 기업의 생존에 직결된 문제이기도 했다.
안전선 안에 있다고 해서 회사가 언제나 안정될 수만은 없다. 기업에게 제자리걸음은 후퇴와 마찬가지다. 경제전선에서 벌어지는 경쟁은 총칼만 휘두르지 않을 뿐 전쟁과 마찬가지다. 실제 전쟁에서는 방어를 하고 진지를 지켜내는 것에서 이득을 얻을 수 있지만 경제전쟁에서는 선두를 빼앗기면 그것으로 지는 싸움이 된다. 우물쭈물하다가 기선을 놓치면 모두 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한테 분할되고 고정된 시장에서 부스러기나 주워 먹으면서 연명하는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아무리 잘해봤자 그런 기업은 2류 신세를 못 벗어난다.
요즈음 창의적인 기업들이 시장의 흐름은 물론 사람들의 감성까지도 주도해나가는 반면 기존의 지위에서 안주하고 있던 기업들은 이러한 창의적인 기업의 뒤를 쫓아가느라 체면을 구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구도에서는 쫓아가는 기업이 규모는 더 클지 몰라도 사람들에게는 2류 또는 아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인은 지금의 단계를 구축해나가는 시점에서 이미 다음 단계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어야 한다. 지금의 단계가 완성된 다음에 다음을 구상하는 것은 너무 늦다. 경쟁자들은 절대로 한숨 돌릴 여유를 주지 않는다.
<출처: 현대경제연구원(2011), ‘정주영 경영을 말하다’, 웅진씽크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