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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이달 1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진행된 민중총궐기 집회의 불법행위를 수사 중인 경찰이 21일 중구 정동 민주노총 본부 등 8개 단체 사무실 12 곳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했다. 경찰이 민노총 본부를 압수수색한 것은 1995년 이 단체 설립 이후 처음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의 민노총 본부와 금속노조를 비롯해 8개 단체의 사무실 12곳을 압수수색해 PC와 서류, 서적, 유인물 등을 확보했다. 아울러 경찰은 손도끼와 밧줄 해머 뿐 아니라 경찰로 부터 빼앗은 것으로 보이는 무전기와 진압 헬멧도 발견했다.
경찰은 전문 수사관을 투입해 이날 압수수색으로 가져온 물품을 신속히 분석해 폭력 시위의 전모를 밝힐 계획이다. 특히 사전기획자나 공모자, 배후세력까지 모두 검거해 엄정하게 처벌할 방침이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민노총 측과 실랑이를 벌였지만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압수수색은 5시간 40여분만인 오후 1시10분께 마무리 됐다.
김근식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장은 "압수 물품이 14일 시위의 불법행위에 실제로 사용됐는지는 수사를 통해 확인해 봐야 한다"면서도 "폭력시위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상당하고 불안과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관련성이 증명도 안된 물품을 공개한 것은 민주노총을 폭력단체처럼 보이게 하려는 여론 조작이라고 항의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손도끼는 분쟁 사업장에서 야간에 땔감을 자를 때 사용하는 것이며, 밧줄은 지난 2013년 철도노조 지도부 체포 때 계단 사이에 설치해 안전망으로 썼던 것이다.
해머는 '얼음 깨기 퍼포먼스' 때마다 사용했던 물품이라는 게 민주노총의 설명이다. 민주노총은 파업 출정식 등에서 '노동 탄압' 등의 문구를 꽂은 얼음덩이를 해머로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이곤 했다.
박 대변인은 "경찰용 무전기는 지난 봄 집회 때 한 시민이 경찰에 돌려주라면서 주어온 것"이라면서 "우리가 잊고 있었을 뿐 지난 14일 집회에서 탈취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찰용 헬멧을 가지고 있던 이유와 차량 3대가 집회 당일 불법 시위용품을 민노총 서울본부에서 시위 현장까지 운반했다는 경찰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아직 경위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한편 경찰은 집회 당시 폭력행위를 하거나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전국에서 189명을 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