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테러 경보'를 격상하는 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지만 정작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테러 경보가 격상이 됐는지 조차 인식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이 인터넷을 통해 과격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를 공개 지지한 사례를 적발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계 법령 미비로 아직 인적 사항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아울러 지난 2010년 이후 국제테러 조직과 연계됐거나 테러 위험인물로 지목된 국내 체류 외국인 48명을 적발, 강제 출국 조치했다고 보고했다.
특히 이 가운데 인도네시아 노동자 1명은 출국 후 IS에 가입해 활동하다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인도네시아인은 출국 전 2년간 대구 성서공단에서 근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정원은 IS가 지난 8월 간행물 등을 통해 우리나라를 미국이 주도하는 '십자군 동맹'에 포함된 테러 대상국으로 분류한 것이 발견됐으며, 국내에서도 젊은 층과 이슬람 노동자 중에서 IS에 호감이 있는 사람이 발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국정원장은 "국내에서도 '외로운 늑대' 형태로 테러 인프라가 구축될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국정원은 IS와 북한의 연계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보고 있지만, 뚜렷한 증거는 찾지 못한 상태라고 보고했다.
아울러 국내에 온 시리아 난민 200명이 항공편으로 국내에 들어왔고, 135명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아 '준난민 지위'로 모처에서 임시 체류 중이라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현재 법무부는 이들이 계속 체류할 수 있는지를 심사중인 상황이라고 정보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이 전했다.
나머지 65명은 아직 임시 체류 허가도 받지 못하고 공항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테러 위협에 대한 전세계적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국가정보원이 17일 오전 9시 전국에 내려진 테러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단계로 격상하는 등 테러 위협에 대한 조치를 취했다.
국정원은 이날 '테러정보통합센터'의 인터넷 홈페이지(www.tiic.go. kr)에 "테러 대상 시설 및 테러에 이용될 수 있는 위험 물질에 대한 안전 관리를 강화하고 국가 중요 시설에 대한 경비도 강화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올리고는 별도의 발표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보도자료 조차도 배포하지 않아 일반 국민들이 일부러 해당 홈페이지를 찾아보지 않은 이상 테러 위험이 높아진 것을 인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의 테러 경보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4단계로 나뉜다.
'관심'은 테러 위협 수준은 낮으나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태이고, '주의'는 테러가 발생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위협 징후가 나타나는 상태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현재로선 구체적인 테러 정황이 포착된 것은 없다. 만일에 대비한 전반적인 경계 태세 강화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국정원은 일반 국민에게 경보 격상을 별도로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선 "경보 격상에 따른 후속 조치가 필요한 정부 유관 기관에는 즉각 통보했다. 하지만 일반 국민의 경우 주의 단계에서는 특별히 행동 지침이 달라지는 것이 없고, 테러방지법 등 관련 법령이 존재하지 않아 홈페이지 외에는 이를 알릴 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국정원은 앞서 9월 25일부터 10월 14일까지 세계군인체육대회가 열린 대구·경북 지역과 충북 괴산군 지역에, 10월 16~23일 세계과학정상회의가 열린 대전 지역에 테러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지만 이때도 해당 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
정부 역시 국민에게 알리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날 황교안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서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해 테러 대비 태세를 확립하라"고 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유럽 등 주요 공관에 "우리 국민에 대한 보호 조치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국민에게 어떤 나라가 포함됐는지를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