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직 장관을 처음 본 것은 4년 전 지식경제부를 출입할 당시였다. 당시에는 말수가 적고 술을 잘 하지 못하는 1차관으로만 기억에 남았었다.
이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윤 장관은 '산업통상자원부'라는 새 부처를 이끌 수장으로 임명됐다. 말주변이 없다는 당초 우려와 달리 그는 2년 6개월 이상 산업부를 이끈 장수(長壽) 장관으로 어느덧 불리고 있다.
윤 장관 취임 이후 산업부는 그야말로 바람 잘 날 없는 하루의 연속이었다. 외교부로부터 '통상' 업무가 이관된데 따른 업무 개편을 비롯해 '무분별한 해외자원개발사업', '한전 밀양 송전탑 갈등', '원전 해킹사고에 따른 안전 불감증' 등이 연이어 터져나왔다.
그래서였을까. 지난해 한·중 FTA, 한·베트남 FTA의 연이은 타결을 비롯해 ‘무역 3관왕’도 2년 연속 달성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에서도 선봉으로 동참하면서 '유라시아 경제 공동체'를 달성하는데 일조했다.
관가 안팎에서도 윤 장관이 '일 잘하고, 인정받는 장관'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3년째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보여준 탁월한 업무 순발력에 모두가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윤 장관의 임기가 끝나가는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수출이 10개월째 곤두박질치고 있으며 한·중 FTA 타결도 마지막 비준동의 과정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겪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에 뒤쳐졌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독일 속담에 '엔데 굿 알레스 굿'(Ende gut Alles gut)'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속담으로는 '끝이 좋아야 모든 것이 좋다'라는 말이다. 훌륭한 장수(將帥)가 평생 기억에 남듯이 윤 장관도 정치권 진출설에 휩싸이지 않은채 마무리가 훌륭한 장관으로 기억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