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구 우리은행장(가운데)이 올해 2월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 공식 출범식에서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우리은행 제공]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시장은 국내 은행들이 진출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이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기대 수익률 및 향후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 인도네시아 금융감독당국(OJK)으로부터 자카르타 소재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BME) 지분 40% 인수 승인을 획득해 인도네시아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데 이어 6월에는 센트라타마 내셔널뱅크(CNB) 지분 75%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4개국 133개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KEB하나은행은 동남아 거점 확보를 통한 성장 기회를 모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4월 베트남 호치민지점을 개점해 그룹의 중장기 글로벌 전략 중심축인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잇는 '아시안 비즈니스 벨트'를 구축했다. 앞서 지난해 8월에는 미얀마 마이크로파이낸스 법인을 출범해 교외 지역농민과 영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등 메콩강 주변의 동남아 국가와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진출 확대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 뭄바이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기 위해 현지 금융당국에 인가를 신청했다.
IBK기업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각각의 특성을 살려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거나 농업 관련 지원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경우 국내 중소기업이 글로벌 강소기업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에 따라 당장 점포개설이 어려운 지역에 대해서는 현지 금융사와 MOU를 체결해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업은행과 MOU를 체결한 글로벌 금융사는 총 14개로 이 중 5개가 중국을 제외한 동남아 지역에 위치해 있다. 또 지난 4월 인도 뉴델리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고 필리핀 마닐라지점을 신규 개설한 데 이어 1월에 신설한 캄보디아 프놈펜사무소를 내년 중 지점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베이징과 베트남 하노이에 사무소를 보유한 농협은행은 내년 중 지점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농협의 특성을 살려 베트남 농업농촌발전은행 및 중국 협동조합인 공소합작총사 산하 공소그룹과의 교환 연수를 실시하는 등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대형 은행들이 앞다퉈 해외에 진출하고 있지만 해외 수익 비중을 글로벌 은행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 전략 외에 자본시장 중심의 전략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금융 영업을 위해서는 현지 대형 금융사를 인수하는 것이 현지화를 위한 가장 간편한 방법이지만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데다 한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금융 영업은 이미 과열돼 있기 때문이다.
주윤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은행의 경우 해외시장 진출 시 유가증권 운용 및 발행 등 자본시장 중심의 진출을 통해 진출 실패 가능성을 감소시킨다"며 "신흥국 채권시장은 국내보다 수익률이 높아 자본시장 중심의 해외진출시 투자 메리트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동남아 신흥국의 경제 및 금융 시장이 대외 여건 변화에 취약하고 금융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특성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우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성장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역사적으로 신흥국 금융시장이 대외 여건 변화나 정치적 불안정성 등으로 예상치 못한 위기를 경험해왔다"며 "경영 여건 변화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갑작스런 리스크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용병 신한은행장(왼쪽 다섯째)과 아만도 M. 데탕코 주니어 필리핀 중앙은행 총재(왼쪽 넷째), 세설 V. 퓨리시마 필리핀 재무부 장관(왼쪽 여섯째) 및 주요 내외빈들이 지난 4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지점 개점식에서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사진=신한은행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