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년 간 전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들의 이름 뒤에는 어김없이 조 단위의 기업가치가 따라붙었다. 그러나 최근 스타트업 투자 열풍이 가라앉고, 기업공개 등이 이어지면서 이같은 천문학적 규모의 기업가치액에 대한 회의론이 계속 대두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최근 세계 2위 뮤추얼 펀드 피델리티의 미국 스타트업 기업들의 지분 가지 상각은 대표적인 예다. 피델리티는 지난 9월 모바일 동영상 메시징 서비스인 스냅챗 투자 지분 가치를 25% 상각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0일 (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곧 피델리티가 스냅챗 기업 가치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피델리티는 올해 초에 또 다른 스타트업 기업인 드롭박스의 투자 지분 가치도 15% 낮춘 바 있다.
한편 이달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앞둔 모바일결제 기업 '스퀘어'는 지난 6일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공모가를 주당 11∼13 달러로 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수준의 공모가에 따르면 기업 평가가치는 36억∼42억 달러가 된다. 이는 이 회사가 마지막으로 투자유치를 받을 때의 약 60억 달러에 훨씬 못미친다. 기업 평가가치가 30~40% 낮아진 셈이다.
스퀘어가 IPO 추진 과정에서 공모가를 상향 조정할 수 있지만, 기업 평가 가치가 당초의 60억 달러 수준으로 올라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스퀘어의 사례는 다른 미국 스타트업들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영국의 경제일간지인 파이낸셜타임스(FT) 는 10일 보도했다.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표면적 기업가치를 올렸던 기업들이 IPO라는 현실 앞에서 '거품 빼기'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그동안 언론에서 자주 인용됐던 스타트업 기업들의 평가가치액 자체도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투자자들에 대한 이익 보장 및 복잡한 지분 배분 등이 얽힌 숫자들은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들과는 관련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비공개적인 시장에서 이뤄지는 가치평가의 숫자들은 실제로 신뢰하기 힘들다"면서 "이에 대한 실제적인 규율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산타클라라 대학 법대의 에릭 골드만 교수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오는 16년과 17년에는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들의 IPO가 이어질 예정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실리콘 밸리 기업들의 진짜 '옥석 가리기'가 진행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