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대표적인 서민 주거안정 상품인 행복주택이 대표적이다. 행복주택은 철도부지와 도심 유휴부지를 활용해 대학생, 신혼부부, 사회초년생들에게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외벌이 시 월 소득이 473만원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시범지역은 서울 목동·공릉·오류·가좌·송파·잠실 및 경기 안산 고잔 등 7곳이다.
정책 발표 직후 이른바 부자동네로 알려진 강남권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목동 유수지 10만4961㎡에 행복주택 1300가구를 짓기로 한 양천구의 경우 정부를 상대로 행복주택 지구지정 취소 소송까지 제기, 결국 지구 지정이 취소됐다.
이는 다른 시범지구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촉발하는 도화선이 됐다. 사업승인까지 마친 공릉지구 주민들이 형평성을 이유로 다시 반발하고 나선 것도 목소리를 높이면 취소할 수 있다는 국가 정책에 대한 불신이 낳은 결과로 풀이된다.
1호 사업인 은평구 기자촌 부지 사업은 주민들이 그 자리에 공원을 지어야 한다며 임대주택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는 임대주택을 지을 경우 조망권이 침해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임대주택을 들어가고 싶은 서민 입장에선 의·식·주 등 생존을 위한 기본의 문제인데 편의시설과 조망권을 이유로 사업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에서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이같은 님비현상을 두고 무조건 지역주민을 비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집값과 직결되는 현실적인 문제여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임대주택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무조건 탓할 수만은 없다“며 ”임대주택이 기피시설이 아니라 서로 융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탈바꿈 하기 위해 도서관이나 커뮤니티 시설 등 지역 내에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정부가 보다 강력하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에 경기도로 유입된 인구는 2만5919명으로 지난 2012년 4분기(2만6208명)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난에 내몰린 전세 노마드(유랑민)이 그만큼 늘어난 게 가장 큰 이유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0월말 기준 1741만원으로 연초(1656만원)보다 85만원이 올랐다. 전셋값은 연초 1063만원에서 10월말 현재 1203만원으로 140만원이 올랐다.
내 집 장만을 못한 서민들의 삶이 상대적으로 더 팍팍해진 셈이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심각해지자 서울시와 SH공사는 이달 말부터 한 달간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의견·입지·정책 등을 놓고 서울시민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공공임대주택의 지속적인 공급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취지다.
SH공사 관계자는 "임대주택에 대한 님비현상이 계속 불거져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게 됐다"며 "연말 께 설문조사가 마무리되면 주민들을 위한 설득 작업이나 정책 수립을 위해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