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위기 때마다 저력을 발휘하고 있는 두산그룹의 대처법이 주목받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은 대규모 부실로 국내 수주산업이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업계에서 유일하게 올해 연간 수주 목표액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며, 두산인프라코어는 알짜 사업 부문인 공작기계 경영권을 넘기기로 해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박용만 회장을 필두로 한 두산그룹 최고경영진들의 큰 결단 속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두산중공업(대표 박지원)은 지난 9일 1000MW급 강원 삼척 포스파워 화력발전소에 들어가는 보일러, 터빈 등 주기기 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데 이어 같은 날 중부발전과 1000MW급 신서천 화력발전소 터빈 공급계약을 1044억 원에 체결했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마무리 될 굵직한 프로젝트가 다수 남아있다. 국내의 경우 삼석포스파워 화력 발전소와 더불어 지난해 1000MW급 신삼천포 화력발전소 주기기 공급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어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두산중공업은 이들 1000MW급 프로젝트의 연내 수주가 가능하고 그 규모는 총 1조5000억 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주력시장인 인도와 베트남에서 연내에 2~3개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전망하고 있으며, 연중 수주가 꾸준한 주단, 서비스 분야에서도 2조원대 수주를 예상하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2011년(10조1015억원) 이후 4년 만에 수주 10조 원(두산중공업 및 해외자회사 기준)을 달성하는 한편, 2011년 실적을 뛰어넘는 연간 최대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도 높다.
두산중공업의 성과는 저성장 저수익 경제가 지속되는 가운데에서도 그룹 최고경영진들이 무리한 저가수주를 지양하는 한편, 타사보다 먼저 해외 신규시장을 발굴해 나감으로써 이 시장을 선점한 게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다. 여기에 뛰어난 기술 및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완벽한 시공을 진행해 부실의 여지를 없앰으로써 발주처의 신뢰를 얻은 것이 주효했다.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저성장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화력발전 시장 경쟁력 강화와 적극적인 국내외 마케팅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면서 “중동, 인도, 베트남 등 기존 주력시장에서 지속적인 수주와 함께 아프리카 남미 등으로 신규 시장 확대를 통해 내년에도 10조원 이상의 수주실적을 안정적으로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 ‘걸레론’ 실천
두산인프라코어(대표 손동연)는 10일 이사회를 열고, 별도 자회사로 설립해 지분 일부를 매각할 계획이었던 공작기계 사업부문의 경영권을 포함해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작기계 사업에 대해 관심이 있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경영권까지 포함한 매수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계획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시킬 경우 매각 가치 극대화는 물론,분할 후 매각이 아닌 사업양수도로 추진함으로써 매각 작업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사업부문은 최근 3~4년간 영업이익률 10%대의 고수익을 유지하고 있고, 매년 2000억 원 수준의 정상영업현금흐름(Normalized EBITDA)를 창출하고 있는 알짜 사업이다. 건설기계와 선박엔진 사업 부문의 부진을 상당 부문 만회해줬던 공작기계 사업을 매각하는 배경은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제시한 ‘걸레론’이 배경이 됐다는 후문이다.
박 명예회장은 과거 그룹이 위기에 처했을 때 “두산은 지속돼야 한다, 알짜 기업도 필요하다면 매각해야 한다”면서 “나에게도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라고 말했다. 제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내하고 미련 없이 최고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공작기계 사업부문 매각은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현재 매각 작업은 다수의 글로벌 전략적 투자자와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가 공작기계 사업의 가치 실사를 진행하는 단계에 있으며, 다수의 신규 투자자들도 매각 협상에 참여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작기계 사업부문 매각 후 건설기계와 엔진, 2개의 사업부문으로 구조를 재편해 사업 역량을 집중할 계획임. 공작기계 사업의 매각 대금으로 차입금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선제적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더해 향후 안정적인 사업운영을 펼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