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진해운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76%(235원) 내린 4700원을 기록했다. 9월 22일(-4.85%)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거래량은 이달 하루 평균치인 60만주보다 2배 이상 많은 124만주에 이르렀다.
정부가 한진해운·현대상선을 강제합병할 것이라는 보도가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일부 매체는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구조조정 실무회의에서 한진해운·현대상선 합병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차관급 관료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가 이를 부인하는 해명자료로 진화에 나섰지만, 불안심리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정부가 불씨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해운업이 안 좋은 것은 굳이 말을 안해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강제합병 추진 얘기가 더해지면서 두 회사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은 실적 전망도 밝지 않아 추가적인 주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진해운, 현대상선 실적에서 비중이 가장 큰 운임하락 문제는 단기에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른 한진·현대그룹 계열사도 유탄을 맞았다. 한진그룹 대한항공이 2.10%, 현대그룹 현대증권은 2.69% 하락했다. 대한항공은 3거래일 연속 약세를 이어갔고, 현대증권은 하락 반전했다.
물론 대한항공이나 현대증권 주가가 이번 합병설만으로 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보도가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겠지만, 코스피가 이날만 0.8% 가까이 하락한 가운데 대부분 업종이 약세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대한항공은 한진해운보다는 유가나 환율 탓에 주가가 내린 것으로 보는 게 맞다"며 "현대증권도 다른 주요 증권주가 약세를 보이면서 동반 하락했다"고 전했다.
그렇더라도 정부나 일부 매체가 시장에 혼란을 준 것은 사실이다.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합병 이슈를 잘못 건드리면 불안심리를 부추길 수밖에 없다"며 "다만 한진해운 주가가 이미 액면가를 밑돌고 있기 때문에 지금 주식을 사지 않더라도 굳이 팔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은성민 리서치센터장도 "현재 주가 하락폭은 과도하다는 판단"이라며 "정부가 어떤 액션을 취하는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