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정부보조금 회계의 효과적 접근과 연구윤리

2015-11-0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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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팀장]

많은 사람들이 회계가 어렵다고 말한다. 더 어려운 학문이나 기술이 있지만 회계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른 학문은 접할 기회가 없어 어려운지 조차 모르는데 회계는 생활에 밀접해 접할 기회가 많다 보니 더 어렵게 느끼는 것이다. 경제 생활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회계를 알아야 하지만 잘 모르겠으니 일단 회계가 어렵다고 단정 짓고 있는 상황이다.

회계는 형이상학적인 학문이나 철학적 이론에 기초한 학문으로부터 생성된 것이 아니다. 회계원칙도 우리 경제 생활에서 오랜 기간 사용한 보편타당한 회계 처리 방법들을 모아 만들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원칙(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s)'이라고 한다. 이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원칙에는 정부보조금의 회계처리에 대해서도 명시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서 지원하는 연구개발(R&D) 예산을 포함해 올해 정부지출 R&D 예산은 약 18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자금이 지출되는 만큼 사회 전반에 퍼져 있어서 정부보조금 회계처리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일이지만 여전히 어렵게 느끼는 이들이 많다. 정부의 R&D 자금 수혜자는 이같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회계기준서, 세법에 대한 학습과 심도 있는 분석을 해야 한다.

다만 이에 앞서 정부의 지출 및 조세정책, 기업 회계처리에 대한 상식적인 접근만으로도 합리적인 회계처리 방법의 기본 골격을 도출할 수 있다.

가령 정부로부터 1억원의 R&D 자금을 현금으로 지원받으면 현금 자산의 증가를 인식하고 복식부기 원리에 따라 현금에 대응하는 어떤 계정을 선택해 인식해야 한다. 이 현금은 정부에 다시 갚아야 하는 부채도 아니고 정부가 출자한 자본도 아니므로 당연히 수익으로 1억원을 계상해야 한다.

이때 수익 인식에 따른 법인세 또는 소득세 부담을 우려할 수 있다. 그렇지만 수혜자는 R&D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계장치, 원재료를 구입하거나 인건비 등으로 오롯이 1억원을 지출할 것이다. 이에 따라 감가상각비, 재료비, 인건비로 계상되므로 정부보조금의 수익과 상계돼 세금 부담은 발생하지 않는다.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이로 인해 정부에 세금을 내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기 때문이다.

부가가치세 측면에서 보면 연구목적으로 기계장치, 원재료를 매입할 경우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지원한 자금으로 발생한 환급 매입세액을 수행기관이 임의 처분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 될 터이니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은 정부 R&D 예산으로 지원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처럼 수익비용대응원칙, 익금·손금산입 세무조정과 같은 전문 용어를 쓰지 않아도 정부보조금의 회계처리는 상식 수준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이러한 접근 후 회계기준과 법령을 세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큰 흐름을 놓치지 않는 최선의 회계 학습방법이다.

연구윤리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R&D 사업과 관련해 많은 규정과 법령이 마련돼 있으며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를 숙지하고 준수해야 한다. 특히 연구수행자가 가장 우선시 할 것은 R&D 자금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이 재원의 주인인 국민의 보편적 가치관과 정서에 부합할 것인가에 대한 숙고이다.

이를 실천한다면 정부보조금의 횡령, 오용과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지 않고 정부의 감시 비용으로 인한 손실도 감소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오늘도 국가 산업의 발전을 위해 묵묵히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수많은 연구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거나 상처 주는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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